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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염소의 금지된 만남, <폭풍우 치는 밤에>
김나형 2006-02-08

밤. 폭풍이 치고 있다. 비를 피하러 깜깜한 오두막을 찾아든 ‘메이’와 ‘가브’는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밤새 친해진다. 다음날 낮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메이와 가브. “허걱! 가브, 너 늑대였어?” “메이, 너 염소였니?” “옴마야, 나 지금 떨고 있니??” 이 황당한 커플은 본능을 넘어 점점 더 친해지고, 몰래 만나며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이 금지된 만남이 조용할 리 없을 터. 결국 둘의 우정이 들통나 가브는 사형을 선고받고 메이는 무리에서 추방당할 상황. 속죄할 유일한 방법은 각자 스파이가 되어 정보를 빼내는 것. 둘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가브와 메이 이야기>

<폭풍우 치는 밤에>는 일본 아동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가브와 메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7권의 연작 그림책인 <가브와 메이 이야기>는 늑대와 염소를 주인공으로, 먹는 자와 먹히는 자 사이의 우정과 갈등, 그 우정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와의 대립을 그려, 폭넓은 연령층의 사랑을 받았다. 원작자 기무라 유이치는 6권의 마지막에서 ‘가브가 메이를 지키기 위해 죽고 그것을 모르는 메이는 가브를 계속 기다리는 것’을 끝으로 연작을 마무리지을 계획이었으나, 꼬마 독자에게서 ‘나는 눈 덮힌 산에서 가브가 내려올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고 해피엔드로 끝나는 7권을 쓰게 되었다. 그는 <폭풍우 치는 밤에>의 각본에도 직접 참여했다.

늑대는 다 나쁜 존재일까?

늑대는 거의 모든 이야기에서 악역을 도맡아왔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거리의 시인들의 노래 <착한 늑대와 나쁜 새끼돼지 3마리>에서 늑대는 집을 지어달라는 돼지들의 부탁을 받고 성실히 일했지만, 돼지들은 집이 다 지어지자 늑대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 늑대는 분노하면서도 약자인 자신을 혼란스러워하고, 돼지들은 우린 돈이 많으니까 맘대로 해보라고 큰소리친다. 헬린 옥슨버리의 그림동화 <아기늑대 삼형제와 못된 돼지>는 약한 아기늑대들이 거대한 돼지들에게서 집을 지킨다는 내용. 원래 동화를 패러디하되, 아기늑대들이 꽃으로 집을 지어, 집을 부수려는 돼지의 마음을 감화시키고 친구가 된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결말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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