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치는 밤, 친구가 된 늑대와 염소?
최악의 비바람이 몰아치던 깜깜한 밤,오두막에 숨어있던 염소 ‘메이’와
다리를 다친 늑대 ‘가부’가 만난다
심각한 코감기 때문에
서로의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둘은
밤이 새도록 대화를 나누며 우정을 나눈다
다음날, 밝은 태양빛 아래에서 다시 만난 ‘가부’와 ‘메이’
놀람도 잠시, 돈독한 비밀 친구가 되기로 한다
비밀스러운 우정은 결국 들통나고,
무리로부터 쫓겨날 위기에 처한 ‘가부’와 ‘메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친구의 비밀을 빼내는 것!
죽느냐, 우정을 배신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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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세상의 모든 이들을 위로하는 현대 우화, <폭풍우 치는 밤에> by 김도훈 “나는 잘 가꾸어진 공원보다는 거친 자연이 좋다. 거친 대자연이야말로 나에게 영감을 안겨주는 존재다”라는 월트 디즈니의 호언과는 달리 디즈니 세계는 약육강식의 대자연과는 별로 닮은 점이 없었다. 이게 꼭 월트 디즈니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예로부터 우화(寓話)를 그려내는 가장 효과적인 예술이었고,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자연법을 모르는 선한 금... 늑대와 염소의 금지된 만남, <폭풍우 치는 밤에> by 김나형 밤. 폭풍이 치고 있다. 비를 피하러 깜깜한 오두막을 찾아든 ‘메이’와 ‘가브’는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밤새 친해진다. 다음날 낮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메이와 가브. “허걱! 가브, 너 늑대였어?” “메이, 너 염소였니?” “옴마야, 나 지금 떨고 있니??” 이 황당한 커플은 본능을 넘어 점점 더 친해지고, 몰래 만나며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이 금지된 만남이...-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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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일본의 해리포터’라 불리는 기적의 베스트셀러more
원작인 ‘가브와 메이 이야기’(코단샤 발행)는 1994년 초판이 출판되어 폭 넓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스테디 셀러 그림책이다. 늑대와 염소라는, 본래대로라면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사이에서 생겨 난 기적과 같은 순수한 우정과 갈등, 그리고 두 마리의 우정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사회와의 대립, 자신의 인생과 실제 사회의 문제를 투영시켜 읽을 수 있다는 심오함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끄는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늑대 가브와 염소 메이의 만남만을 담았던 제 1권 ‘폭풍우 치는 밤에’의 경이로운 히트에 힘입어 제2권 ‘어느 맑게 개인 날에’, 제3권 ‘구름 사이에’, 제4권 ‘안개 속에서’, 제5권 ‘소나기 내리는 날에’, 제6권 ‘눈보라의 내일’, 제 7권 ‘보름달의 밤’ 이 발행 되었다. 세계에도 그 예를 보기 힘든 연작 그림책으로 ‘일본의 해리포터’라는 닉네임을 얻게 했다.
제1권부터 6권까지 누계발행부수는 250만부를 넘는다. 또, 소학4학년(초등학교4학년) 국어교과서(미츠무라도서)에 실리고 일본도서관협회 선정도서, 전국학교 도서관협회 선정도서, 산케이아동출판 문화상, JR상, 코단샤출판 문화그림책상을 수상하는 등 일본 최고의 아동문학 걸작으로 꼽힌다.
먼저 캐스팅된 것은 ‘가브’?
주인공을 늑대와 염소로 한 것은 기무라가 원래부터 늑대를 좋아했기 때문으로, 늑대의 천적으로 그림책에 그렸을 때 밸런스가 좋은 동물은 무엇인가 라는 점을 생각하여 염소를 고른 것이라고 한다. 기무라는, ‘이 이야기는 인간드라마를 동물에 빗댄 것’ ‘늑대는 자신의 욕망을 정직하게 행동으로 표현한다. 그런 부분은 인간도 가지고 있으나 현실의 사회 안에서는 좀처럼 늑대와 같이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 자신의 욕망에 정직하지 못하게 된 늑대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쓴다면 고뇌하는 늑대가 되어 버리지만 이 점이 인간적으로 마음에 든다’ 고 말한다.
동화는 언해피엔드, 영화는 해피엔드?
이유는 한 소녀의 편지 때문
기무라가 1권 이후 2권을 쓸 때까지 1년이 걸렸다. ‘제1권에서 큰 상을 받은 것도 있고 해서 부담이 되어 쉽사리 쓸 수가 없었다’ 그러나 2권을 쓰기 시작한 때에는 3권, 4권, 5권의 이야기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다시 고민한 것은 제6권. ‘여기에서 끝낸다고 생각했을 때, 이 라스트가 시시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독자들의 지지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라고 생각해서 다시 부담이 밀려왔다.’ 기무라는 고민한 끝에 6권의 라스트를 언해피엔드로 했다. 가브가 메이를 지키기 위해 죽고 그것을 모르는 메이는 가브를 계속 기다리는 것.
그런데 이 라스트에 대해서 기무라는 언해피엔드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밥을 먹고 배설을 하고, 숨을 쉬면 그만인 것이 아니다. 세상에 태어나게 된 시점에서 뭔가 한 가지라도 좋으니까, 취미든지 일이든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든지 좋다, 자신이 무언가 열중해서 빛나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살아있는 보람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이 늑대와 염소는 만나서 우정을 쌓는 중에 빛났다. 이 둘의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각자 납득한 인생을 산 것이다. 그렇기에 표면적으로 언해피엔드로 보일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처럼 굳은 결심으로 마감한 6권을 무너뜨리고 7권을 쓰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10살 정도의 꼬마 독자로부터 ‘나는 눈 덮힌 산으로부터 가브가 내려올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라는 간절한 메일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메일을 읽었을 때, 기무라는 아이들이 얼마나 주인공 가브와 메이를 사랑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고 우정의 희망으로 마감하는 스토리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캐릭터 작가가 가장 먹고 싶어한(?) 마릴린 먼로를 닮은 메이의 엉덩이
<폭풍우 치는 밤에>의 캐릭터를 담당자는 <은하철도의 밤>, <터치>의 캐릭터를 담당한 에구치 마사스케. 에구치는 스기이 감독으로부터 ‘캐릭터에 질감을 가지게 해서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고 싶다.’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매일같이 우에노 동물원에서 염소와 늑대를 관찰해서 얻은 다양한 사실들(늑대의 거칠은 털의 움직임과 염소는 숫놈이어도 임신한 듯이 배가 나와 있었다는 점 등)을 기초로 캐릭터를 창조해내게 된다. 캐릭터 확정까지 그가 그린 그림은 커다란 종이박스 3개가 가득 찼다고. 마침내 그 인고의 과정을 거쳐 메이와 가브가 탄생했다.
캐릭터 과정 중에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메이였다. ‘가브의 매력은 알겠어요. 근데 아무래도 메이의 매력은 모르겠다. 고생 모르고 자랐다. 단지 호기심이 왕성한 녀석이라는 인상 밖에는…’ 에구치는 애니메이션 감독인 마에다에게 상담을 했다. 그 때에 마에다가 한 말은 ‘너가 가브라고 생각한다면 먹고 싶은데도 먹을 수 없는, 그 정도로 매력적인 것은 뭐냐?’였다. 에구치는 자신이 좋아하는 마릴린 몬로를 떠올리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몬로의 엉덩이겠죠. 그 몬로의 걸음은 최고에요’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아, 그걸로 됐어’ 라고 자신의 안에서 착지점이 보였다고 한다. 극중, 가브의 눈앞에 엉덩이를 한들거리면서 걷는 메이는 영화 <나이아가라>에 나오는 몬로 워킹을 의식해서 그렸다고 한다.
몸과 털과 그림자를 분리하고 합체해라.
3배나 고생한 CG영상과 연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비롯 기존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2D캐릭터와 3D 배경을 각기 완성해 합체시키는 공정을 거친데 반해 <폭풍우 치는 밤에>는 2D와 3D를 각기 세 가지로 분리하여 합체하는 3배의 수고를 거쳤다. 바로 동물들의 몸과 털, 전체적인 그림자 각각을 따로 그려 컴퓨터 상에서 합쳤다. 컴퓨터로 작업했지만 마치 손으로 그린 듯 부드럽고, 애니메이션이지만 마치 실사를 보는 듯 사실적인 이유는 바로 이같은 숨겨진 정성과 기술의 힘이었다.
스토리의 모델은 '인생은 아름다워'
‘헐리우드 영화는 보고 있을 때는 재미있지만 영화가 끝나면 마치 제트 코스터 같이 ‘이상, 끝’이라는 그 한계가 있는 인상이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도 이탈리아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생활감이 스크린으로부터 전해져 와서 그들이 살아있다 에너지가 느껴진다. 게다가 영화가 끝났을 때 무언가 반드시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스기이 감독은 그 결과, <폭풍우 치는 밤에>를 <시네마 천국>, <인생은 아름다워>의 정서대로 표현해냈다. 절대절명의 순간에서 실수를 거듭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캐릭터들과, 아무리 험난한 시련이라도 아름답게 그려내는 대자연의 모습 등 애니메이션 <폭풍우 치는 밤에>는 구석구석 풍부한 감동을 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