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소설의 대가인 엘모어 레너드와 영화의 인연은 의외로 <유마행 3:10발 열차>(1957), <옴브레>(1967) 같은 진보적인 서부영화로 시작됐다. 이후 범죄소설로 영역을 옮긴 그는 계속되는 작업에 지치게 되자 1980년대 말에 이르러 각색작업의 중단을 발표한다. 레너드와 그의 소설이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놓이게 된 건 1990년대에 만들어진 <겟 쇼티> <재키 브라운> <조지 클루니의 표적>이 성공적인 평가를 얻어내면서부터다. <겟 쇼티>의 후속편인 <쿨!>의 외양은 누가 봐도 레너드의 작품이다. 시시껄렁한 건달들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 속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 레너드가 한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그의 작품은 이야기나 대사보다 캐릭터에 관한 것이어서 캐릭터가 자신의 대사를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성공 여부는 달라진다. 그런데 주인공들이 한번씩 ‘나는 쿨하다’고 외치는 <쿨!>에선 도무지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엔 음반업계에 뛰어든 인물로 분한 존 트래볼타가 우마 서먼과 무대에서 춤추는 장면을 보자. <토요일밤의 열기>를 염두에 둔 듯 브루클린 출신임을 밝히는 그는 <펄프 픽션>을 재연하지만, 보는 관객은 빨리 끝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레너드가 제작에까지 참여한 <쿨!>은 아쉽게도 간혹 등장하는 유명가수들의 모습을 보는 게 더 즐거운 영화에 머물고 말았다. 메이킹필름, 14개의 삭제장면, NG장면, 뮤직비디오, 감초역할을 맡은 스타들과 주요장면을 집중 조명한 ‘클로즈-업’ 등의 부록은 재미있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