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씨네스코프
빙하기가 다시 오다, 해외신작 <투모로우>
김현정 2004-02-02

롤랜드 에머리히는 제작비 1억달러를 연달아 세 번째 넘기고 있는 감독이다. <고질라> <패트리어트>로 담대한 면모를 과시했던 그는 또다시 사진 한장만 보여주어도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블록버스터를 마무리하고 있다. 빙하로 뒤덮인 거대도시 뉴욕. 장엄하게까지 보이는 그 이미지는 <투모로우>가 에머리히의 전작들처럼 “중요한 건 사이즈”인 영화라고 암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몇몇 배우들이 말을 아껴가면서 밝힌 바에 따른다면 <투모로우>는 “액션뿐만 아니라 스릴러와 약간의 멜로까지 섞인” 영화일지도 모른다.

시작은 재앙을 예언하는 주인공과 그를 믿지 않는 다수 사이의 다툼이다. 고(古)기후학자 에이드리언 홀(데니스 퀘이드)은 지속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가 엄청난 기상이변을 가져올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는다면 바닷물이 차가워지고, 그 때문에 지구는 새로운 빙하기를 맞게 된다는 것. 홀은 그런 재앙이 자신의 시대에 일어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지만, 갑자기 찾아온 기상변화는 뉴욕을 첫 번째 희생양으로 삼는다. 홀은 남쪽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뉴욕에 고립된 학자들과 뉴욕에서 공부하고 있던 아들 샘(제이크 길렌할)을 구하기 위해 홀로 북쪽으로 향한다.

<투모로우>는 뉴욕이 재앙을 맞는다는 설정에선 <볼케이노>를, 불신을 뚫고 분투하는 과학자가 등장한다는 점에선 <단테스 피크>를 떠올리게 한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두 영화와 달리, 같은 전제를 가진 경쟁작이 없으므로, 성공의 가능성은 더욱 높은 영화. 뉴욕으로 해일이 밀어닥치고, 부서진 자동차가 빽빽하게 거리를 뒤덮고, 도시 전체가 얼어붙는 예고편은 굳이 배우가 등장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흥미롭기도 하다. 캐나다에서 촬영한 얼음영화 <투모로우>는 단 이틀 동안만 진짜 눈 속에서 촬영을 하고 나머지는 특수효과로 채우는 값비싼 과정을 거쳤다.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