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8일 늦은 밤, 경기도 분당 신도시 정자역 부근의 한 도로. 대형 트레일러 한대가 불을 훤히 밝힌 시내버스를 싣고 주변 도로를 휘젓고다니고 있다. 축제 퍼레이드카를 연상시키는 이 트레일러는 앞뒤로 승용차들의 이중삼중 호위를 받으며 돌아다니다가 “컷, 오케이”란 무전 연락을 받고서야 멈춰섰다. 뒤에 실린 버스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쏟아져나오고, 이어 들려오는 바쁜 목소리들. “의상부터 실어!” “엑스트라 교체!” 한 10여분간 시끌벅적하더니 이내 트레일러는 다시 출발했다. 이러기를 십여 차례, 트레일러가 최종 멈춰선 시간은 동이 틀 무렵이었다. 한밤 신도시 한적한 도로에서 벌어진 이 트레일러 퍼레이드는 영화 <안녕! 유에프오>의 촬영 모습이다. 소심하고 어리버리한 시내버스 기사와 맹랑한 시각장애인 여성과의 깜직한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극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버스신 때문에 4일간에 걸쳐 밤샘 트레일러 촬영을 하고 있다. 이범수와 이은주가 주연을 맡고, 이 작품으로 데뷔하는 김진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날 촬영분은 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이은주의 단독 컷. 간단할 것 같았던 촬영은 의상과 엑스트라들을 여러 번 바꿔가며 찍느라 계속 지연됐고, 배우와 스탭들은 오랜 시간을 좁은 버스에서 보내야 했다. “가슴만 따뜻한 영화, 인위적이 아닌 자연스러운 멜로, 그 자연스러움이 주는 훈훈함이 느껴지는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 김진민 감독은 주연배우의 연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맡은 이은주의 연기에 대해 “나이에 비해 안정감이 있다”며 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안녕! 유에프오>는 싸이더스에서 독립한 김재원 PD가 설립한 (주)우리영화의 창립작품으로, 10월 말까지 촬영을 끝내고 내년 1월 개봉할 예정이다.사진·글 정진환
♣ “7년간의 현장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김진민 감독. 그는 <눈물> <세기말> 등의 조감독을 거쳤다.(왼쪽 사진)♣ 구파발행 버스기사 상현(이범수)은 경우(이은주)가 버스에 탈 때마다 자신이 녹음한 짝퉁 교통방송을 틀어놓는다.(오른쪽 사진)
♣ 달리는 버스 안에서의 촬영은 생각보다 NG를 많이 내지 않고 마무리됐다.(왼쪽사진)♣ 폐차 직전의 버스를 구해 만들어놓은 버스세트. (오른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