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과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누벨바그 이후, 뜨거운 영화의 심장- 장 외스타슈, 필립 가렐 특별전’이 오는 8월8일(금)부터 15일(금)까지 8일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알랭 레네, 아녜스 바르다 등 프랑스 누벨바그 기수들의 영화가 그동안 꾸준히 관객을 만나온 것에 비해, 장 외스타슈와 필립 가렐의 영화들은 각종 영화제를 통해 다소 산발적으로 소개되어왔을 뿐 국내 관객에게는 낯선 편이다. 장·단편을 포함한 장 외스타슈의 영화 7편과 필립 가렐의 영화 6편이 상영되는 이번 특별전은 두 감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38년 태어나 시네필 시절을 보냈고, 60년대 초반 고다르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장 외스타슈는 주로 파리 젊은이들의 삶을 영화화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으며, 1963년 첫 중편 <로빈슨의 집> 이후, <나쁜 친구들> <산타클로스는 파란 눈을 가졌다> 등에서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장 외스타슈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을 주로 해왔으며 1973년작 <엄마와 창녀>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얻었다. 장 외스타슈는 지속적으로 자신만의 작업을 이어나가던 중 1981년 권총자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나쁜 친구들>(1963)은 여자를 유혹하려는 두 20대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며 누벨바그 세대들에게 미학적 지지를 얻어냈고, <산타클로스는 파란 눈을 지녔다>(1966)는 누벨바그의 얼굴 장 피에르 레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장 비고에게 오마주를 바쳤다. 10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만들어진 두편의 연작 <페삭의 처녀>(1968/1979)는 가장 고결한 처녀 선발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장 외스타슈의 대외적인 대표작 <엄마와 창녀>(1973)는 애인 마리에게 얹혀 사는 지식인 알렉상드르와 그가 새롭게 사랑에 빠지는 베로니카와의 관계를 통해 68혁명 이후 프랑스 젊은이들의 공허함과 절망감을 개인의 관계로 전치하여 질문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알릭스의 사진>(1980)은 그의 유작이다.
장 외스타슈와 함께 포스트 누벨바그 세대에 속해 있으며, 프랑스영화의 랭보라고 불리기도 하는 필립 가렐은 프랑스의 유명배우 모리스 가렐의 아들로 1948년 출생, 열여섯살에 학교를 그만둔 뒤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연출 작업을 시작했다. 16살에 장 뤽 고다르의 <알파빌>을 본 뒤 영화의 길을 걸었고 자전적, 실험적, 시적인 영화를 지향했다. 그의 나이 19살에 연출한 <추억의 마리>는 작가적 통찰력을 예감하게 했으며, 70년대 초반 <내부의 상처> <고독의 높이> 등으로 그 예감을 증명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실험적인 형식에 담아내는 필립 가렐의 영화는 오프닝, 엔딩 크레딧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첫 장편 <추억의 마리>(1967)는 사랑하는 두 연인간의 소통문제를 주요한 고리로 삼았고, 무성영화의 형식을 빌려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해 실험한 <폭로자>(1968)는 부부와 아이를 주인공으로 어떠한 사운드도 없이 영화를 완성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싱어 니코가 여러 명을 동시에 연기하는 <내부의 상처>(1970)는 신화적인 전통을 가져와 만들었으며, 필립 가렐 스스로가 “새로운 출발점의 영화”라고 일컬은 바 있다. 그 밖에도 <사랑의 탄생>(1993)은 고다르의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라울 쿠타르가 촬영을 맡았고, <밤의 바람>(1999)에는 카트린 드뇌브가 출연한다(문의: 02-743-6003, 02-720-9782, www.cinephile.co.kr, www.cinematheque.seou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