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력이 쇠퇴한 것이 아니라면,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는 여자 예지자는 마흔다섯살의 나이에 머리가 기형적으로 커다란 저능아처럼 생긴 것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그러니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포스터에서 톰 크루즈와 함께 등장하는 사이버펑크 모델 같은 여배우의 모습을 봤을 때, 전혀 어떤 등장인물인지 감을 잡지 못했던 것은 당연한 일. 하긴 소설 속에서 뚱보에 대머리 중년 아저씨로 묘사되는 ‘존 앤더튼’ 또한 그 모습 그대로 등장했다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흥행성적은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원작소설이 가지고 있는 뼈대만 살렸을 뿐 등장인물들의 면면과 일부 설정까지 바꿔버린 스티븐 스필버그판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원작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면서 미래사회를 시각적으로 멋지게 그려내는 데 포인트를 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출시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DVD 타이틀 역시 그런 특성을 잘 살려 곳곳에서 시각적인 재미들을 만끽할 수 있게 장치를 걸어놓은 것이 특징이다. 그중 가장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영화의 이미지컷을 30배쯤 빠르게 편집해놓은 듯한 메뉴화면의 디자인. 쉴새없이 움직이는 복잡한 알파벳의 배열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타이틀 자체에 대한 흥미는 확실하게 증폭시켜준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시각적인 재미가 폭발하는 곳은 서플먼트다. 그중에서도 50년 남짓한 근미래를 표현해내기 위해 온갖 장르의 전문가들이 모여 상의한 끝에 만들어냈다는 세트의 디자인과 그 제작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Deconstructing Minority Report’ 코너가 가장 강력하다. 또한 블루스크린과 모형세트를 활용한 촬영방식을 설명해주는 ‘ILM and Minority Report’ 코너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데, 무엇보다 상세하게 설명되는 ILM의 입체적인 작업과정이 ‘역시!’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 가지 <마이너리티 리포트> DVD 타이틀에서 예상 외라고 할 만한 점은, 의 DVD 타이틀에서 보여주었던 스필버그 사단의 자화자찬 분위기가 상당부분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시각효과를 중심으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관련된 핵심 정보를 전달하는데만 주력하고 있는 것. 그래서인지 스토리 속의 상관관계를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From story to Screen’ 코너나,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서로간의 친화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Final Report’ 코너도 부담스럽거나 지루하지 않다.
Minority Report SE, 2002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타이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2.40: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DTS 5.1
지역코드 3
출시사 이십세기 폭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