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 되면 각종 엔터테인먼트 관련 온라인 사이트들은 바빠지게 마련이다. 한해를 정리하는 필요조건으로 그해의 최고와 최악을 뽑는 행사를 치러야 하기 때문. 인터넷이 대중의 기호를 가장 잘 드러내준다는 특성 때문에 매년 더 많은 네티즌들이 그런 최고와 최악 선정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왔고, 그 결과 그런 행사들이 더 많은 온라인 사이트들에서 치러지는 선순환을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포털인 eonline의 경우, 올해도 어김없이 ‘Year End Poll’이라는 특집 코너를 통해 지난 한해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 남자배우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로드 투 퍼디션>의 톰 행크스와 함께 <스타워즈 에피소드2>의 요다를 당당하게 올려놓는 eoline의 뛰어난 감각은 이제 어떤 경지에 이른 것처럼 보일 정도다.
대표적인 TV정보 사이트였던 Ultimate TV가 영화 관련 정보 사이트였던 MovieQuest를 합병해서 만든 영화/TV정보 포털인 Zap2it은 그런 트렌드에 새롭게 올라탄 경우다.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라는 제목의 특집을 통해 올 할리우드의 최고와 최악들을 선정해 발표했던 것. 중요한 것은 늦게 시작한 만큼 철저히 준비를 해서인지 다른 온라인 사이트들이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분야를 다루었고, 부문별 결과가 촌철살인의 재미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최근 네티즌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Zap2it은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그 결과 중에서 눈에 띄는 것들만 골라면 다음과 같다.
우선 ‘최고의 같은 영화, 여러 역할’ 부문에서는 단연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에서 1인4역을 선보인 마이크 마이어스가, ‘최고의 다른 영화, 같은 역할’ 부문에서는 <플루토 내쉬>와 <맨 인 블랙2>에서 주인공 흑인 남자배우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로사리오 도슨이 <미스터 디즈>와 <시몬>에서 스타 배우를 연기한 위노나 라이더와 함께 선정되었다. 한편 ‘최악의 헤어스타일’ 부문에는 <스타워즈 에피소드2>에서 여전히 황당한 머리 모양을 선보인 내털리 포트먼과 <로드 투 퍼디션>에서 완전히 헝클어진 헤어스타일을 보여주었던 주드 로가 별다른 경쟁없이 뽑혔다. ‘면도 필요’ 부문에는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에서 오스틴 파워의 느끼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던 그의 가슴털과 함께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에 등장하는 호빗들의 털복숭이발이 선정되어 읽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다.
한편 ‘무인도에 버려질 경우 함께 있고 싶은 배우’ 부문에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콜린 파렐과 <트리플X>에서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과시했던 아시아 아르젠토가 각각 후보군에 올라 관심을 끌었다. ‘오스카상을 반납해야 하는 배우’ 부문은 의외로 치열했는데, <스노우 독>의 쿠바 구딩 주니어와 <드래곤 플라이>의 케빈 코스트너가 선두자리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한편 ‘연기 좀 그만했으면 하는 감독’ 부문에서는 자신의 영화 <싸인>에 출연했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꼽혀 대다수 네티즌들의 생각과 일치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애교라고 봐줄 만한 정도. ‘자신들의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 영화 출연’이라는 긴 제목의 부문에서는 <맨 인 블랙2>에서 에이전트가 되게 해달라고 조르는 역할로 등장한 마이클 잭슨이, ‘아직도 영화계를 기웃거리는 가수’ 부문에서는 마돈나가 뽑혀 웃음거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배드 컴패니>의 앤서니 홉킨스, <애널라이즈 댓>의 로버트 드 니로, <미스터 디즈>의 애덤 샌들러, <오스틴 파워 골드멤버>의 마이클 케인의 경우는 ‘단지 돈만 보고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한편 ‘제발 원작을 가만 내버려둬’ 부문에는 박중훈이 출연해 큰 기대를 모았으나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던 <찰리의 진실>과 함께 애덤 샌들러의 <미스터 디즈>가 선정된 것에는 무리가 없었으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썸니아>까지 거론되어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마지막으로 Zap2it이 회심의 역작으로 선보인 부문이 있었는데, 바로 ‘우리가 두려워하는 속편들’ 부문. 놀라운 것은 수상작으로 무려 10여편이나 되는 잠재적인 속편이 거론되었다는 사실이다. <XXXX> <애널라이즈 왓>(Analyze what) <블레이드3: A Vampire never really dies> <제이슨XI: Yes, he still alive> <맨 인 블랙: We are back and we are still black> 등이 그중에서도 읽는 이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이끌어낼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었다.
여하튼 Zap2it이 발표한 이런 선정 결과는 지난 한해의 할리우드를 또 다른 시각에서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틀림없다.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것들이기는 하지만, 분명 그 안에는 의미있는 메시지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할리우드의 제작자들과 배우들이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Zap2it 홈페이지 : www.zap2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