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50%대를 돌파한 화제의 드라마 SBS <야인시대>가 2002년 가을 최고의 이슈로 떠오르자 주제곡 <야인>을 부른 가수가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다. 허스키하고 파워풀한 창법의 주인공으로는 김정민, 박상민, 캔 등 각종 가수들의 실명이 오르내렸다. 이에 <야인시대> O.S.T 제작사 TTM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은 주제곡을 부른 이가 신인가수 강성이라고 밝히는 등 각종 ‘정보 흘리기’에 들어갔다. 또한 제작사쪽은 O.S.T 담당 프로듀서가 강성의 목소리에 매료돼 오디션을 부탁한 데서 비롯됐으며, 80년대 소녀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경아> <도시의 삐에로>를 히트시킨 바 있는 가수 박혜성이 O.S.T의 제작자 겸 작곡가라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94년부터 꾸준히 광고음악을 해온 박혜성이 처음으로 도전한 드라마 O.S.T를 통해 프로듀서로서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렀다는 소식은 분명 놀랍고 반가운 뉴스였다. 그러나 놀라운 소식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오페라 CM으로 올해 광고대상을 수상한 하이마트의 CM송을 비롯해 그전부터 PCS oneshot 018, 신세대 중형차 라노스, 백지연의 뉴스 진행 형식으로 관심을 끈 누비라, 체어맨, 무쏘, 매그너스 등의 자동차 광고음악 등 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는 것. <경아> 이후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만을 남겨놓고 사라졌다고 여긴 그가 실은 내내 우리 곁에 머무르며 쟁쟁한 광고음악가로 거듭났음을, 탄탄한 사업가가 됐음을 알리는 무시할 수 없는 증거들이었다.
한영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혜성의 가수 데뷔 뒤에는 엄격한 집안의 동의를 구하는 설득과정이 있었다. <경아>로 텔레비전 데뷔식을 치른 86년 12월6일은, 그래서 학력고사를 치른 뒤 열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시험까지 완전히 마무리해놓고 방송활동을 하길 원한 부모님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학교수업에 더욱 충실하고자 했던 동국대 연영과 재학 시절부터 점차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4집 <낯선 시간 속으로>의 발표를 마지막으로 그는 완전히 모습을 감추는 듯했다. 그뒤 노래보다는 작사에 치중한 소리없는 그의 암행이 시작된다. 일본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보면서 당시로선 전혀 새로운, 컴퓨터 작곡 프로그램도 익힌 그는 다른 가수들의 앨범 작업을 돕는 한편, 광고와 드라마음악으로 점차 활동영역을 넓혀나간다. <야인시대>는, 연출을 맡은 장형일 PD와 2년 전 <신TV문학관>을 통해 쌓은 인연으로 O.S.T 제작까지 맡게 된 케이스.
<피아노 치는 대통령>의 음악을 맡으면서, 그는 완전한 꿈을 이루게 됐다. 평소 그의 지론은 영화와 음악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인데다 고전적인 로맨틱코미디 음악은 그에게 새로운 의지와 감흥을 안겨주었다. “따뜻하고 예쁜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을 입히려고 했어요. 마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나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쓰인 음악처럼 말이죠.”그리고 또 하나 그가 심혈을 기울인 엔딩곡에 대한 설명. “영화를 다 보고 극장문을 나섰을 때 밀려오는 공기를 마시는 기분, 때맞춰 눈이라도 내렸으면 하는 기대감, 그런 것들을 상쾌하고 가벼운 엔딩곡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만 하면 96분의 러닝타임을 기다려 그의 선물을 받고 싶어지지 않을까.글 심지현 [email protected]·사진 오계옥 [email protected]
프로필
→ 1971년생→ 1집 <경아>, 2집 <도시의 삐에로>를 시작으로 3집 <사랑 친구><쥴리아>→ 4집 <낯선 시간 속으로>, 듀엣 앨범 <센세이션>→ KBS 드라마 <꽃피고 새울면> 출연→ 89년 KBS 음악담당→ 2000년 KBS <신TV문학관> 중 <새>의 음악담당→ 2002년 SBS 드라마 <야인시대>의 음악감독→ 각종 자동차, PCS 광고음악 제작. 전자제품 쇼핑몰 <하이마트> 광고음악 제작→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으로 음악감독 입봉→ 현재 <하이마트> 오페라 CM시리즈 마지막편인 4편 녹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