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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NCT 127: 더 로스트 보이즈' 임필성 기획자, 제이박 감독, ‘잃어버린 유년기를 찾아서’
이자연 사진 백종헌 2023-09-14

빛나는 모습으로 무대에 선 나의 우상은 어떤 슬픔을 간직하고 있을까. <NCT 127: 더 로스트 보이즈>는 이제 데뷔 7년 차에 이른 아이돌 그룹 NCT 127의 유년기를 되돌아본다.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나머지 과거를 회상할 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던 멤버들의 공통된 답변으로부터 착안된 제목처럼, 이 프로젝트는 멤버들이 잃어버리거나 잃어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들을 조명한다. 특히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집어넣는 액자식 구성과 과거를 재현하는 애니메이션 등 다큐멘터리 안에 담긴 영화적 장치들은 피사체가 간직한 역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게 한다. 기획부터 연출까지 긴 여정을 함께한 임필성 기획자, 제이박 감독을 만나 NCT 127이라는 세계관을 기록한 시간에 대해 들어보았다.

- <NCT 127: 더 로스트 보이즈>는 어떤 계기로 시작한 프로젝트인가.

임필성 미스틱스토리와 2년 넘게 대표 프로듀서로 함께하고 있다. 미스틱스토리가 본래 음악 중심 회사다 보니 음악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러던 중 아이돌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SM엔터테인먼트와 논의 끝에 아이돌 그룹 NCT 127의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다. 다만 홍보성이 강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멤버 개개인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디즈니+에 제출한 기획서의 첫 문장도 이랬다. “K팝 홍보 다큐멘터리로 찍지 않겠다.”

제이박 고백하자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까지 K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웃음) 그런데 임필성 감독님은 오히려 그런 점이 좋다고 해주셨다. 외부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K팝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NCT 127의 세계관을 조명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주셨다.

- 보통 아이돌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대상을 따라다니며 무대 뒷모습이나 연습 과정의 부침 등을 보여주는 게 보편적이다. 그런데 <NCT 127: 더 로스트 보이즈>는 각 멤버의 유년 시절을 고백하게 한다.

제이박 기존 아이돌 다큐멘터리를 보면 월드투어를 따라다니거나 팬들이 보지 못했던 일상을 보여주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의 목적과 본질은 다른 방향에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팬들은 아이돌을 자신과 멀리 떨어진 우상처럼 여기기보다 자신의 일상을 함께 나누는 가족처럼 받아들인다.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를 더 많이 신경 쓰는 것이다. 그래서 팬들에게 어떻게 하면 멤버들과 더 내밀하고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을 전할지 고민했다. 서로가 닿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했다. 전형적이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임필성 그래서 걱정된 면도 있었다. (웃음) 기존 다큐멘터리와 다른 형식이어서 시청자가 헷갈려하지 않을지 우려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팬들도 콘텐츠 시청자니까. 그래서 앞서 말한 월드투어처럼 여느 아이돌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익숙한 장면도 넣었다. 그런 시각 자료가 <NCT 127: 더 로스트 보이즈>가 다큐멘터리라는 점을 인지시켜줄 거라고 생각했다. 새로움과 익숙함의 균형이 중요하다. 또 이런 마음도 있었다. 모든 회차를 다 보았을 때, NCT 127을 잘 몰랐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입덕할 수 있는 서사를 층층이 쌓아주고 싶었다.

- 그렇다면 멤버들의 생애주기에서 유년기를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이박 사람들은 유년 시절에 성격이 형성된다. 공포, 욕망, 소박한 꿈까지. 그 사람의 오리지널리티를 들여다보고 싶다면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9명의 멤버 중 6명이 눈물을 보였다. 아이돌로서 세계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 나머지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유년 시절에 대한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답변도 많았다. 책 <피터팬>에서 네버랜드로 떠난 아이들은 기억을 잃는다. 그리고 현재 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네버랜드의 규칙을 따라 오늘을 살아간다. 사람들이 피터팬을 ‘로스트 보이’(Lost boy)라고 표현하지 않나. 여기서 이번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따왔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네버랜드에서 돌아온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제 어른이 되어 유년기의 기억을 다시 찾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많은 사람 앞에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아이돌이 과거의 슬픈 기억이나 결핍을 이야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 이러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인터뷰어로서의 기술도 중요했을 것 같다.

제이박 NCT 127은 7년차 아이돌이다. 7년이 아이돌에겐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라고 하더라. 신인처럼 긴장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경험과 이력이 쌓였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의 아티스트가 될 것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멤버들은 비교적 자유롭고 편하게 프로젝트에 임해주었다. ‘이런 얘기를 해도 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침없는 답변도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임필성 NCT 127 멤버들이 무척 프로페셔널하다. 기획자와 연출자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단번에 이해하고서 촬영 과정에 원활하게 참여해주었다. 유명 아티스트로서 속내를 고백하는 게 자칫하면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20대 초중반 청년이 느끼는 갈등이나 흔들림을 솔직하게 전해주어서 기획자로서도 프로젝트에 더 진솔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 <NCT 127: 더 로스트 보이즈> 아홉 멤버들의 이야기를 일대일 인터뷰나 내레이션 형태로 담아냈다. 스피커의 이야기를 글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기사와 달리, 입말을 그대로 내보내야 하는 영상에서는 스피커의 재담이 중요하다.

제이박 사전 조사를 철두철미하게 했다. 크리에이티브팀으로 함께한 이나연 감독과 제임스 신 감독이 많은 것을 보완해줬다. 나 혼자 했다면 그렇게까지 많은 양의 조사를 할 순 없었을 것이다. 멤버의 히스토리와 특징들을 촘촘하게 조사하고 그에 따라 개별 인터뷰도 진행했다. 두 감독이 워낙 소재를 발견하는 눈이 좋아 어떤 것을 유년기의 이야기로 끌어낼지 방향을 잘 찾아주었다. 또 우리 모두가 NCT 127 멤버들과 개인적인 유대감을 쌓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라포르를 형성해야 인터뷰이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별히 인테로트론(interrotron) 카메라를 활용했다. 멤버들이 화면에 나오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인터뷰를 하는데, 그 화면이 카메라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촬영 현장에서 멤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도록, 연출자와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끔 장비를 신경 썼다.

- NCT 127 멤버들을 만나 교감하면서 의외성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제이박 사실 마음속에 일면 K팝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 같은 게 있었다. 어쩐지 겸손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웃음) 그런데 전혀 아니더라. 내 편견에 불과했다. 이들을 만나고 오히려 그런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또 자기 삶에 굉장히 주도적이고 깊게 고민한다. 태용씨가 그런 말을 했다. “어른들은 어른의 탈을 쓴 어린이”라고. 자기 삶을 계속해서 성찰하고 돌아본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을 들으면서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다시금 정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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