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네21>이 토크룸에서 개봉작 감독, 배우들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토크룸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 라이브 방송입니다. 생방송이 끝난 뒤에도 <씨네21> X 계정(@cine21_editor)과 유튜브 채널(@cine21tv)을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칸에서 첫 상영을 할 때보다 100배 더 떨리는”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유재선 감독(오른쪽).
<잠>의 숨은 공신
<잠>의 주인공 부부 수진(정유미)과 현수(이선균)의 거실 나무 현판에는 굵은 글씨로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라고 각인돼 있다. 영화 속 문제의 정체가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인 탓에 특수 소재로 안전하게 제작된 이 소품이 토크룸에 등장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 문구가 두 사람의 집에 함께하기를 바랐다는 유재선 감독이 “부부만의 좌우명”을 떠올린 경위를 들려줬다. “수진은 직장을 다니면서 무명 배우인 남편을 응원해주잖아요. 저도 뒤늦게 깨달았는데, 수진과 현수 사이가 곧 아내와 제 관계와 비슷해요. 제가 직업 없이 시나리오를 쓰며 비관할 때마다 아내가 용기를 줬어요. 이 또한 부부로서 극복해야 할 장애물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아내가 많이 했죠.” 감독은 그런 아내를 “<잠>의 숨은 공신”으로 꼽으며 5월21일이라는 잊지 못할 날짜를 가리켰다. “아내도 칸에서 완성본을 처음 봤어요. 그날은 결혼 1주년 기념일이기도 해요. 두배로 특별한 날이 된 거죠! 아내가 영화는 재밌게 봤지만 신마다 제가 고생한 일이 더 생각나서 울컥했다고 해요.”
“관객으로서는 로맨스와 로맨틱 코미디를 제일 좋아하지만 몽유병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가지면서 장르물을 공부했어요.”
감독이라는 너무한 직업
고생담의 대표 격에 놓일 만한 시퀀스가 있다. 유재선 감독이 “이 영화의 유일한 먹방”으로 부른, 현수가 잠결에 냉장고를 열어 날계란과 생선을 집어먹는 장면이 그것. “CG 처리를 해야 하나, 특수 소품을 만들어야 하나 여러 차례 고민했지만 리얼리티를 지키자는 결론을 냈어요. 푸드 사이언티스트를 고용해 계란을 위생적으로 세척하는 법, 생선의 짠맛을 최소화하는 법을 전수받았죠. 저와 연출부가 모두 먹어보면서 테스트 영상을 찍었는데, 헛구역질한 영상은 차마 이선균 배우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PD님이 태연하게 드시는 것만 보여드렸어요. 괴로운 티 없이 흔쾌히 촬영에 임해준 이선균 배우에게 감사해요.” 그가 “감독은 정말 너무한 직업”이라고 느낀 또 다른 일화가 있다. “후시녹음은 대사를 추가하고 수정함으로써 이야기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잖아요. 굉장히 꼼꼼하게, 많은 양의 재녹음을 요구했어요. 정유미 배우가 이틀에 걸쳐 전쟁 같은 녹음을 진행했는데, 어느 순간 지쳐서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미안했어요.”
유재선 감독은 “외자의 깔끔함”이 좋아 <잠>이라는 제목을 고수했다고.
유재선 감독의 영화 취향은?
토크룸은 신인감독 유재선의 영화 취향을 알아보는 미니 월드컵 코너로 열기를 더했다. 8강 토너먼트에 오른 작품은 마틴 맥도나(<이니셰린의 밴시> <킬러들의 도시>), 데이비드 O. 러셀(<파이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홍상수(<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 그리고 봉준호(<옥자> <기생충>)의 영화 각 두편. 유재선 감독은 영화 연출을 꿈꾸게 한 <킬러들의 도시>, 가장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4강에 올린 데 이어 정유미, 이선균 배우로부터 흥미로운 후기를 자주 들은 <옥희의 영화>, 연출부로 참여한 <옥자>를 ‘최애’ 작품으로 택했다. 결국 결승에 진출한 두편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 <옥자>. “여기서 <옥자>를 고르면 제가 사회생활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웃음), 이 영화가 없었으면 제가 영화 일을 시작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만큼 각별해서 어떤 영화와 붙어도 1등은 <옥자>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