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콘텐츠 시청 등급을 분류하는 ‘OTT 자체등급분류제도’가 3월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사전 등급분류를 거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정보통신망을 통해 온라인 비디오물을 유통하는 사업자가 직접 등급을 분류할 수 있게 된다. 올해 사업자 신청 모집은 총 3회에 걸쳐 이뤄지며, 첫 신청은 관련 법 시행 시점인 3월28일에 시작한다. 8월과 11월에도 희망 사업자를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다. OTT 콘텐츠의 수문이 열린 지금, 유연해진 제도적 변화는 영상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영등위의 채윤희 위원장과 이지은 정책사업본부 연구교육팀장을 만나 질문을 건넸다.
- 자체등급분류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
이지은 지금까지 OTT 사업자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영등위의 등급분류 과정을 거쳐야 했다면, 지정된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콘텐츠 등급을 분류할 수 있도록 만든 게 자체등급분류제도다. 이 제도를 신청한 플랫폼 중 일정 자격을 갖춘 사업자에 자체등급분류 권한이 부여된다. 여기서 일정 자격이란 법에 정의된 지정 요건과 계획의 적정성을 가리킨다. 먼저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 신고를 한 사업자나 종합유선방송 사업자, 위성방송 사업자 등이 지정 요건에 해당한다. 그리고 자체등급분류 절차 운영 계획의 적정성, 사후관리 운영 계획의 적정성, 청소년 및 이용자 보호 계획의 적정성을 평가하며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채윤희 심사 기준에 맞는 경우 5년간 지정 사업자로 유지된다. 재지정받을 때는 사업자가 앞서 제출한 계획을 적절히 이행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될 경우, OTT 플랫폼이 얻는 이점은 뭔가.
이지은 온라인 콘텐츠는 양도 방대하고 트렌드도 빠르게 변하다 보니 시의성과 동시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기존 방식대로 영등위를 통해 사전등급분류 신청을 하면 최대 14일의 처리 기간이 소요된다. 그사이 콘텐츠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적시에 서비스를 못하는 등 플랫폼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등급을 설정하면 이러한 문제를 빠르게 해소할 수 있다.
채윤희 실제로 조사 단계에서 사업자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했을 때 이러한 어려움을 많이 언급했다. 특히 콘텐츠 글로벌 시장이 중요한 요즘, 외국과 같은 시점에 콘텐츠를 공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해외 사례의 경우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많은 국가들이 자체등급분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OTT 사업자의 등급분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컨설팅도 마련했다고.
채윤희 초반의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영등위에서 사업장으로 직접 찾아가는 등급분류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영등위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각 OTT 사업자가 등급분류 책임자를 지정해 연 2회의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할 예정이다.
이지은 자체등급분류 사업체로 지정된 이후뿐만 아니라 그전에도 교육을 신청하고 체험할 수 있다. 실제 심의위원과 등급분류를 경험해보고 의견서를 써보며 질의응답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유해 콘텐츠 접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완할 예정인가.
이지은 지난해 자체등급분류제도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사업자가 일부러 등급을 낮춰 분류할 것’이라는 의견이 64.8%였고, 엄격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65%에 달했다. 참여자 3분의 2가 이런 문제를 우려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필요한 체계를 마련하고자 했다. 우선 시청등급은 전체관람가, 12세이상관람가, 15세이상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제한관람가 총 5가지로 분류된다. 제한관람가는 폭력성과 선정성이 과도해 제한이 필요한 영상을 말한다. 여기서 사업자가 지정 가능한 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까지다. 만약 자체 지정 내용 중 모니터링 이후 청소년관람불가 혹은 제한관람가에 해당할 경우 영등위의 직권으로 등급을 취소하거나 재분류할 수 있다. 그 아래 단계는 등급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채윤희 이 말은 영등위의 자체 모니터링은 이전과 똑같이 진행한다는 뜻이다. OTT 사업자에 등급분류 자율성을 허용하지만 영등위의 역할과 기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모니터링 과정은 심의 전문 인력과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참고로 지난해 OTT 사업자가 희망한 등급과 영등위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등급의 합치율을 비교해봤는데 전체적으로 70%가량 일치했다. 사업자보다 영등위가 더 낮은 등급이 적절하다고 본 경우도 많았고, 일치율이 90%에 달하는 플랫폼도 있었다. 앞으로 산업계와 영등위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조율해나가면 위험성을 예방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보았다.
-일반 시청자는 어떻게 등급분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나.
이지은 등급분류에 대한 의견은 영등위 온라인 민원 게시판을 활용하거나 OTT 사업자에 직접 낼 수 있다. 결국 시청자에겐 의견 제출 창구가 더 늘어난 셈이다. 이외에도 영등위에서 진행하는 등급분류 적절성 인지도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