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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애프터썬’ 샬롯 웰스 감독, “기억하려 애쓰는 몸짓”
김소미 2023-02-09

-<애프터썬>이 일으킨 반향은 실로 놀랍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 <가디언> <인디와이어>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1위에 올랐고, 딸과 함께 튀르키예로 여름휴가를 떠난 젊은 아버지 캘럼을 연기한 배우 폴 메스칼이 2023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애프터썬>이 이같은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 영화가 슬픔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슬픔을 초월하는 사랑에 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자신의 경험과 강하게 연결시키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겠다. 다만 나와 편집감독은 캘럼이 겪는 정신적 투쟁의 ‘가독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가령 내 단편영화들은 많은 것을 더 암시적으로 처리했기에 의미 있는 소수의 관객만 설득했고, <애프터썬>에서는 그 비율이 반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인간의 내면과 정신적 문제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게 된 사회적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1살 소피(프랭키 코리오)의 시간, 그리고 이를 기억하는 어른 소피(셀리아 롤슨 홀)의 시간이 조우한다. 마치 깨진 액자에 든 기억을 보는 것 같다. 영화적 시간을 재구성하는 데 있어 어떤 방법론을 취했나.

=중간에 끼어드는 어른 소피의 시간, 앞뒤로 반복되는 DV 카메라 시퀀스들도 그것 자체로는 선형적이다. 영화를 지탱하는 기억의 뼈대 자체는 분산되어 있되, 나는 스크린에 재생되는 모든 순간이 모두 자연스럽고 생생한 현재로 느껴지길 바랐다. 하늘과 바다 등의 인서트가 나올 땐 인물들이 정말로 지금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현실과 환상, 기억, 상상이 하나가 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영화를 더 서정적이고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캘럼의 정신적 취약함, 소피의 성적 지향 등 결정적 정보라 할 만한 것들은 그저 멀리서 관찰할 수밖에 없는 풍경의 상태에 머무른다. 이 경우 연기에 있어 어떤 지시를 내리는가.

=자연주의적인 연기를 원했기 때문에 특히 프랭키 코리오에게는 대본을 공유하지 않았다. 폴, 프랭키 나까지 셋이서 인쇄된 버전의 대본을 함께 두번 정도 읽은 게 전부다. 아역배우가 한번 얼어버리거나 특정 억양에 갇히게 되면 그것을 깨기는 매우 어렵다. 핵심은 배우가 스스로 자신의 연기를 재구성할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는 점이다. 움직일 공간을 주고 그들만의 해석과 공감을 캐릭터에 가져오기 위해서는 영리한 작업 방식이 필요했다.

-캠코더 촬영 혹은 열화된 푸티지들이 프로덕션에 끼친 영향은.

=나의 목표는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영화 제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편안하고 재미있게 촬영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에는 더이상 본촬영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티셔츠 몇장만 챙긴 채 배우들과 캠코더 영상을 찍으러 다니기도 했다. 이런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서 특별한 순간을 많이 만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튀르키예의 리조트를 섭외할 때 중시한 부분이 있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썸웨어>와 비교하면, 캘럼과 소피 부녀는 경제적 불안과 근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

=정확한 로케이션을 찾기 위해 튀르키예의 남해안에서 800km 정도를 걸었을 것이다. 고급스럽고 조식이 제공되는 5성급 리조트도 후보에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원했던 것은 소피와 캘럼이 그들의 재정 상태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선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일이었다. 기술적으로는 소피가 침대에 앉아 있고 캘럼이 화장실에서 깁스를 푸는 장면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을 만큼 객실 면적이 큰 호텔이 필요했다. 너무 고급스럽지 않지만 넓은 침실이 있는 호텔을 찾아야 했고, 영화 속의 그 장소가 가장 적당했다.

-과감한 프레이밍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많다. 이미지적 실험에 있어 영감의 출처가 있나. 샹탈 아커만 감독의 <뉴스 프롬 홈>을 언급한 적 있다.

=영화에 나오는 호텔 방에서의 365도 팬(pan) 장면은 샹탈 아커만이 뉴욕에서 촬영한 단편영화 <방>(La Chambre, 1972)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빔 벤더스의 <도시의 앨리스>, 소피아 코폴라의 <썸웨어>를 비롯해 클레르 드니, 에드워드 양, 잉마르 베리만이 <애프터썬>을 만들기에 앞서 나를 자극한 이름들이다.

-불빛 속에서 레슬링하는 아버지와 딸의 마지막 모습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배우들이 거의 안무에 가까운 동작을 선보이고 데이비드 보위의 ‘Under Pressure’가 흐른다. 어떻게 준비했나.

=이 장면에서 소피는 클럽의 군중 사이로 아버지를 볼 수 있고, 인파를 뚫고 그를 향해 나아간다. 마침내 캘럼과 마주했을 때 몸싸움을 벌이는 것이 자기 아버지를 더 선명히 기억하려 애쓰는 몸짓으로 읽히길 바랐다. 촬영은 어려웠다. 튀르키예 한 시골 마을의 토마토 창고에서 촬영했는데 45℃였고 진짜 스트로브 라이트(섬광등)를 사용해 촬영했다.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움직이는 사물의 불완전한 이미지를 스트로브 조명 아래에 두면 매우 초현실적인 느낌을 낸다. 보위의 음악은 편집 과정에서 떠올랐다. 어느 날 밤, 처음에는 농담처럼 ‘Under Pressure’를 가져와 붙여보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사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노래는 완벽히 들어맞았다. 완전히 미친 짓처럼 보였던 일은 결국 성공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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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그린나래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