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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인세를 보내며
윤덕원(가수) 2022-12-15

가수 이승기씨가 데뷔 이후로 음원 수익을 한푼도 정산받지 못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톱스타로 오랜 시간 성과를 내왔음에도 응당 받아야 할 인세를 받지 못한 것도 당황스러운데, 그것이 자신이 부족해서라고 알고 있었다는 점이 너무 안타까웠다. 하물며 그 정도 되는 사람도 이런 일을 겪는데 실제로 수익이 크게 발생하지 않은 경우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인디음악은 원래 돈이 안되니까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애초에 제대로 정산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액수를 떠나 스스로에 대한 판단도 흐려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교적 내 창작물에 대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아온 축에 속한다. 물론 더 적게 평가받고 인정받지 못한 적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작업물을 직접 제작하고 관리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작업 중 일부에 대해서는 특별한 계약이나 합의가 없었던 적도 있고 그 행방을 모르는 것도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성과가 크든 적든 대체로 그 결과까지 다 책임지고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다. 처음에는 적어도 내가 어떻게 얼마나 소비되고 있나를 알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오랫동안 음악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었기에 그 과정이 번거롭고 힘들기는 하지만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매달 돌아오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함께한 창작자들에게 인세를 보내는 것이다. 매달 25일(하루, 이틀 늦어질 때도 있지만)에 인세를 보내고 있다. 오래 활동해온 것에 비해 그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함께한 동료들에게는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다. 액수가 너무 적어 민망할 때도 있지만 함께해준 창작자들에게 감사와 노고에 대한 보답이 되기를 바란다. 올 연말에는 손익 분기를 넘은 작업 하나의 인세를 분배할 예정이다. 소액이라 정산 주기가 긴 작업도 있는데, 올해를 넘기기 전에 잘 마무리해서 보내고 싶다.

정산 작업을 하면서 돈을 보내는 입장은 상당한 권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만큼이 들어오고 나갔으며 그 정보를 내가 쥐고 있다는 것은 마음대로 휘두른다면 누군가를 상처주기 좋은 힘이다. 하지만 내가 분배해야 할 것들이 있고, 그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자 한다면 그만큼 부담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뭔가 빼놓은 것은 없는지, 내가 맞게 잘하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때로 초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부담 때문일까, 이런 역할을 맡는 것은 조금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예전에는 같이 일하는 스탭이 담당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축소된 업무 환경에서 온전히 스스로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직접 일을 해보고 느낀 것이지만 늘 회사가 아티스트를 속이거나 착취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더 손해보는 역할을 맡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신뢰할 수 없다면 본질과 무관하게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 업계에 들어오는 새로운 사람들이 이번 공연의 출연료는 얼마입니까? 이번 달 정산된 음원, 음반 판매액은 얼마인가요? 하고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에 답하는 것에 게으르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어련히 알아서 주겠지 하고 아르바이트 급료에 대해 묻지 못했던 날들도 있었다. 만약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멱살 한 번 잡히십시다> - 장기하와 얼굴들

멱살도 못 잡고 한 번

밀쳐주지도 못하고 어깨로 확

욕도 못 해주고 미처

비웃어주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고 전혀

앞으로 만날 일도 없고 아마도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것 참

한번 멱살도 못 잡고 허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 땜에 내가 잘못된 거요

변상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멱살 한 번만 잡히십시다

내 앞에 앉은 남자 어랍쇼

나랑 눈빛이 똑같애 완전

주위를 둘러보니 두리번 두리번

맙소사 죄다 똑같구나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 땜에 내가 잘못된 거요

변상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멱살 한 번만 잡히십시다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 땜에 내가 잘못된 거요

변상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멱살 한 번만 잡히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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