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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58회 대종상 시상식을 준비 중인 양윤호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 김우정 대종상영화제 총감독, “투명한 진행과 절차로 신뢰 되찾겠다”
송경원 사진 백종헌 2022-11-10

권위는 강요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권위가 세워지기까지 오랜 세월과 믿음, 그리고 결과가 필요하다. 대종상은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영화상 중 하나로 응당 그 권위를 인정받아 마땅하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구설에 휩싸이며 위상이 실추된 상태다. 1996년 <애니깽> 사태는 구시대적인 행사라는 인식을 남겼고 2015년 대리수상 논란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으며, 지난 10년간 파행을 거듭하다 급기야 지난해 57회 시상식은 열리지도 못했다. 이에 대종상을 주최하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이하 영협)는 더이상 대종상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개혁적인 집행부를 선출, 전면 쇄신을 천명했다. 올해 4월 영협 회장으로 선출된 양윤호 감독은 “대종상을 영화인,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의지로 새롭게 태어나려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양윤호 회장과 함께 이번 대종상영화제 개혁의 실무를 도맡은 김우정 총감독을 만나 대종상영화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 4월 영협 회장에 선출된 뒤 곧바로 쇄신안을 발표했다. 대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기존 집행부가 위탁계약으로 맡겼던 행사를 직접 관리하는 방안이다.

양윤호 위탁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로 대종상의 의미가 퇴색되는 지경에 이르러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실 지난 10년간 크고 작은 문제가 쌓여왔지만 영협 구조상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 한국영화감독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영화배우협회 등 산하 협회들이 의지를 모아주었고, 부득이하게 내가 제일 앞자리에서 깃발을 들게 되었다. 임기 동안 대종상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현재 전 위탁 대행사와 행사 중지 가처분 신청과 계약 무효와 관련된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대종상 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나.

양윤호 단언컨대 아무 문제 없이 열릴 것이다. 12월9일 건국대학교 새천년홀에서 진행한다. 지금 전 위탁사가 제기하는 문제는 어떻게든 대종상 개최를 지연시키려는 언론 플레이에 불과하다. 개최권과 관련하여 수차례 법무 검토를 받았으며 판결문에도 개최권자가 영협이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애초에 자금 운영의 어려움을 핑계로 대종상을 위탁 운영해왔던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지난 잘못을 반성하는 것과 함께 전 위탁사의 불필요한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

대종상의 정상화 선언이라고 봐도 될까.

양윤호 정상화라는 말은 기존의 역사를 전면 부정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국민의 것이었던 대종상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준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이 시점에서 뿌리로 돌아가 왜 ‘대종상’인지를 생각해봤다.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성덕대왕 신종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대종’은 그 종소리처럼 영화를 세상에 퍼트리겠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그저 60년의 시간뿐 아니라 온 국민이 지지하고 동의하는 가치를 회복시켜야 한다. 더불어 새롭게 시작하는 원년으로서 로컬영화제의 긍지를 되새기고 싶다. 아카데미를 로컬시상식이라고 정의했던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대종상도 한국인의 로컬시상식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세계인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시대가 왔다. ‘국민이 봅니다. 세계가 봅니다’라는 슬로건에는 이런 마음들을 담았다.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무엇인가.

양윤호 첫째는 투명한 진행과 절차로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출품제를 폐지하고 예심과 본심의 심사제를 도입했다. 평론가, 기자 및 영화 전문가로 구성된 11인의 예심위원회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개봉한 영화 253편 중 수상 후보작을 이미 선정했다. 마찬가지로 11인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본심 심사위원단이 총 20개 분야의 수상자(작)를 선정할 것이다. 대종상 규정에 의거한 영협의 산하협회 이사장 4인(방순정(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 이진영(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김기태(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 이사장), 강대영(한국영화기술단체협의회 이사장))이 당연직으로 포함되고 영협이 추가로 선임한 7인의 심사위원이 함께한다. 임순례 감독, 배종옥 배우, 김선아 교수, 태보라 교수 등 4인의 여성위원과 박종원 감독, 양동근 배우, 정재형 평론가 등 3인의 남성위원들로 구성했다.

일련의 변화를 총지휘하는 건 그간 행사와 이벤트 기획으로 경력을 쌓은 김우정 총감독이다.

김우정 양윤호 회장님과는 춘사영화제에서 3년간 함께 일하면서 연을 맺었다. 처음 총감독 직을 제안받았을 때 고민이 적지 않았다. 영화인 출신도 아니고 이렇게 막중한 책임을 맡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양윤호 회장님과 춘사영화제를 함께하면서 이렇게 원칙이 뚜렷하고 소신을 지키는 분이라면 어떤 개혁이라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어떤 이권 개입 없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여러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당장 재원 마련이 쉽진 않다. 그럼에도 시상식을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취지에 공감한 크고 작은 지원들이 이어지고 있고 올해 행사를 치르는 데는 문제가 없다. 정상화를 향한 영화인들의 열망, 대종상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하면서도 어깨가 더 무겁다.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재원 방안을 확립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전통과 신뢰 회복을 중심에 두고 동시에 많은 변화를 시도한다. 가령 새로 도입한 국민심사단은 NFT를 활용해 모집했다.

김우정 수상자나 협회원 등 기존 회원들을 제외하고 1만여명의 국민심사단 NFT를 발행한다. 이제까지의 대종상 트로피 수상자 수에서 10을 곱한 숫자를 기준으로 했다. NFT 구매자에게는 전야제, 레드 카펫 초청 등 일정한 리워드와 3년간의 투표권이 부여된다. 부족하지만 재원 마련에 작게나마 보탬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젊은 층의 참여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심사단은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남우신인상, 여우신인상 등 총 6개 부문의 심사에 참여하고 이들의 의견이 전문 심사위원들과 일대일 비율로 합산된다. 특정 후보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구매 수량 제한 및 록업 기능, 매크로 등 이상현상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등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홈페이지에 여남 주연상, 여남 조연상, 여남 신인상으로 명명한 것이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우정 평등이나 이념의 문제는 아니다. 반드시 그와 같은 표기를 고집한다기보다는 무언가를 바꿔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남녀라고 쓰는 게 법으로 명시된 것도 아닌데 어느새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그 정도로 발상을 전환하여 새롭게 다가가겠다는 마음가짐의 표현이었다.

틱톡 크리에이터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NFT 작가 등을 앰배서더로 내세운 홍보 방식도 눈길을 끈다.

김우정 다양한 플랫폼에서 최대한 폭넓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이순재 배우와 최정운 배우가 영화배우로서 이름을 올렸다. 원정맨, 시아지우, 창하, 리나대장님까지 틱톡 크리에이터 4인과 다다즈, 집시, 샌드뱅 작가, 웹소설 작가 브라키오, 차소희 등 여러 분야의 인플루언서들이 함께한다. 새로운 문화와 젊은 플랫폼의 활동가들이 메인 컬처라고 할 수 있는 영화로 관심을 넓히고 진입하는 통로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올드 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 영화가 젊은 층에 새롭게 인식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한 몇몇 콘텐츠들, 가령 틱톡에서는 이미 1300만회 넘는 조회수가 나왔다. 기존 방식으로는 10년이 걸려도 할 수 없는 수치다. 영화인들의 시상식에서 국민의 잔치로, 나아가 영화의 생명력을 더할 확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고 동시에 쇄신된 대종상의 첫걸음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지향한다. 변화를 기대하는 영화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양윤호 원칙의 힘을 믿고 뚜벅뚜벅 가겠다. 영화인들이 받고 싶은 상, 참석하고 싶은 시상식이 되고자 한다. 벌써 많은 영화인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계신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 끝까지 지켜봐주시라.

김우정 기본으로 돌아가되 최대한 다가가는 친숙한 시상식이 되겠다.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는 안방에서 편안하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는, 그리고 이렇게 함께 모여 한해를 돌아보고 서로를 응원하는 자리에는 위로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슬픈 소식에 마음을 다친 분들과 함께하는, 조용하지만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따뜻한 행사로 돌아오겠다. 12월9일 만나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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