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넘게 모든 게 단절되지 않았나.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 도시, 국가간에도 소통이 쉽지 않았다. 엔데믹으로 전환됐으니 건축과 공간을 통해 단절된 관계를 다시 연결해보자는 의미에서 올해 슬로건을 ‘Connected’로 정했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주최·주관하는 제14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10월27일부터 30일까지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선 15개국 24편의 영화를 상영하며, 오프라인 행사 마지막 날인 10월30일부터 11월5일까지 네이버TV ‘서울건축영화제 채널’에서 온라인으로도 만날 수 있다.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창길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 지난해와는 영화제 풍경이 많이 달라지겠다.
= 지난해에는 개막식과 게스트 토크 프로그램(GT, Guest Talk)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올해는 오프라인으로 하게 됐다. 경험해보니 온라인 중계 및 상영도 반응이 꽤 좋아 올해도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영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 아시아 유일의 건축영화제로서 느끼는 의무감도 있나.
= 지난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일반 관객과 건축 관련 전문가 비율이 8 대 2더라. 우리 예상과 정반대였다. 좋은 건축주가 많아져야 좋은 건축과 도시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반 관객이 건축에 관심을 갖고 찾아준다는 사실이 기뻤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건축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 GT는 감독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진행하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건축과 영화에 대한 관객의 이해를 돕기 좋을 것 같다.
= 아무래도 다큐멘터리의 비중이 높다 보니 분위기가 딱딱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 상영 전이나 후에 전문가들이 영화를 소개하고 건축이 태동하게 된 배경, 당시의 트렌드 같은 걸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확실히 영화를 더 즐겁게 보고 관객의 이해도 빨라지는 듯하다.
- 건축사들을 초청해 프레젠테이션하는 호스트 아키텍트 포럼도 있다.
= 호스트 아키텍트 포럼은 건축과 도시의 변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메시지가 강한 편이다. 그렇다고 하드웨어적인 것만 하진 않고 가상현실과 AI 기반 설계 솔루션, 부동산 등 일반 관객이 관심을 가질 트렌디한 주제도 같이 다룬다.
- 올해는 ‘영화제 다시 보기’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 몇년을 계획하다 지난해 비공식적으로 시작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됐다. 우선 지난 영화제 상영작 중 반응이 좋았던 작품 20여편을 프로그래머가 선정하고, 이후 영화학과나 건축 유관기관으로부터 단체 관람 신청을 받아 해당 작품들의 파일을 보내 관람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비상업적인 영화일수록 다시 보기가 힘들지 않나. 영화제에서 이를 개선해볼 목적으로 시작했다. 또 아카이빙 사업의 일환이라 생각해 판권도 직접 구매하고 있다. 다행히 현재까진 반응이 좋다.
- 집행위원을 거쳐 집행위원장까지 오랜 기간 건축영화제의 업무를 맡아왔다. 영화제 일에서 어떤 보람을 느끼나.
= 우리 영화제의 모토는 ‘영화를 통해 건축과 공감하자’는 것이다. 이제는 대한건축사협회의 메인 행사가 됐고, 대중에게도 갈수록 많이 알려지고 있다. 위상이 높아지는 데서 오는 뿌듯함도 있지만 사실 아직 우리의 꿈은 완성되지 않았다. 영화제 차원의 더 큰 목표는 창작자들의 제작을 지원하고, 후에 그 작품을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다. 다양한 건축영화를 많이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그리고 경쟁작 공모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산을 늘리는 것도 목표다.
- 직접 연출한 단편 <대신맨숀: 영등포 건축문화유산>을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한다.
= 지금은 시장으로 불리는 대신시장 상가 아파트를 조명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낡고 오래된 문화와 건물에 관심이 많다. 영등포에 있는 이 아파트를 출퇴근하며 매일 봤는데, 제대로 들여다본 건 지역 건축사회 회장을 하던 시절에 노후된 건축물의 집합 건물 안전 점검을 나갔을 때였다. 무슨 보물을 만난 기분이었고 이대로 사라지는 걸 볼 수 없어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이후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에서 진행하는 구민 아카데미에서 영화 수업을 수강했다. 그 뒤로 직접 장비들을 구매해 영화를 완성했다. 이게 첫 연출작이고 현재까지 총 네편을 완성했다. 앞으로 영등포의 건축과 문화유산을 조명하는 작품을 시리즈로 연출할 계획이다.
- 상영작 중 관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 하나하나 다 좋지만 우선 개막작인 <안도 다다오, 다음 세대를 위하여>를 언급하고 싶다. 그의 대표 작품과 함께 안도 다다오가 후배들을 육성하고 이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고 김덕철 건축사의 초기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안녕, 가든테라스>도 추천한다.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는 보존과 개발에 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인천 중구에 주목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위한 계획>을 꼽겠다. 르 코르뷔지에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계획과 더불어 던지는 화두가 굉장히 다채로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