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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① ‘늑대사냥’ 배우 서인국, "대본에서부터 피 냄새가 엄청 났다"
김수영 사진 오계옥 2022-10-06

온몸을 문신으로 휘감고 매서운 눈을 희번덕거린다. <늑대사냥>에서 서인국이 연기한 종두는 웃는 얼굴에서도 살기를 뿜는다. 동남아시아로 도피한 인터폴 수배자 중 우두머리인 종두는 사람을 죽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솟구치는 피 앞에서도 이죽거리는 종두의 희열 속에 캐릭터와 혼연일체된 배우의 묘한 쾌감마저 느껴진다. 예능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1 우승자로 대중 앞에 선 게 2009년. 2012년 드라마 <사랑비>로 연기를 시작해 같은 해 <응답하라 1997>의 윤윤제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확실히 내보인 서인국은 이후 오피스 활극, 로맨스, 사극,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서 주연을 맡았다. 장난기 넘치는 인상과 차가운 표정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장르물에 더없이 어울리는 마스크를 뽐내온 이 배우의 악역 연기는 몸에 착 감긴 문신처럼 낯설지만 자연스럽다. 작품을 통해 기량을 연마하며 기다려온 첫 번째 악역을 서인국은 이렇게 해냈다.

<늑대사냥>이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매드니스 부분에 공식 초청됐다. 영화제에 참석해 한껏 긴장한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건 가문의 영광이고 지금도 신기하기만 하다. 처음 일정을 봤을 땐 해외 프로모션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시상식도 자주 가봐서 턱시도를 입을 때까지도 크게 감흥이 없었는데 레드 카펫에 올라가려고 대기하는 순간 심장이 너무 뛰더라. 레드 카펫 위에서 바로바로 인터뷰를 하는데 옆에서 팬들이 계속 환호성을 질러주니까 축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팬과 소통하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어서 즐거웠다. 100년 된 극장에서 영화를 시사했는데 관객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었다. 영화에서 피가 뿜어져 나올 때마다 축구 경기 보듯 관객이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관객의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영화를 이렇게도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날은 왜 그렇게 떨렸나. 무대는 익숙하지 않나.

= <슈퍼스타K>나 MAMA(Mnet Asian Music Awards) 같은 무대는 준비해서 직접 공연하는 거잖나. 그런데 내가 이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라고 소개하는 게 갑자기 설레고 부끄럽고 떨리더라. 스탭들에게 종종 그런 얘기를 한다. 같이 한번 서인국을 만들어보자고. 나는 나고 마치 부캐처럼 배우인 서인국, 가수인 서인국이 따로 있는 거다. 내가 뭔가 만들어낸 것을 내보일 때 즐겁기도 하지만 긴장될 때도 많다.

배우 서인국을 소개하느라 개인 서인국이 떤 셈이다. 현장에서는 어떤 질문을 받았나.

= 토론토는 처음이라 배우 서인국에 대한 정보가 한국만큼 많지 않았기에 형식적인 질문이 많았는데, 의외로 해외 팬들이 많았다.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부터 <미남당>까지 언급하며 지나가는데 붙잡고 인사해주셨다. 알아봐주는 게 너무 신기했다.

<늑대사냥>은 잔혹한 행위가 생생하게 벌어지는 영화다. 시나리오에도 잔인한 행위들이 묘사되어 있었을 텐데 걱정되진 않았나.

= 대본에서부터 피 냄새가 엄청 났다.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장르잖나. 이런 장르를 좋아한다. 종두라는 캐릭터가 가진 잔인함과 동물적인 감각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니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다. 마음껏 표현해봐야지 싶었다.

종두는 범죄자 집단의 우두머리다. 대장의 위상은 어떻게 드러내고자 했나.

= 종두는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저지하는 게 아니라 아예 파괴하는 사람이다. 액션 신이 많진 않았지만 그 잔혹성을 라이브하게 표현하는 움직임이 많았다. 내 오른팔이 고창석 선배, 왼팔이 정문성 형이었으니 나는 우두머리 치고 어린 편이다. 캐스팅보드를 보고 내가 이 범죄자 집단에서 무엇을 가져야 별말 없이 우두머리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감독님은 엄청 마르고 예민한 외양을 제시하셨지만 그런 범죄자의 모습은 익숙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몸을 키워서 위협적인 큰 늑대처럼 보이고 싶었다. 만족스러울 만큼 몸을 키웠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문신 때문에 생각보다 얄캉하더라. (웃음)

사실 종두는 싸움에 능한 사람은 아니다. 그저 뭔 짓이라도 할 것 같은 느낌과 기세로 압도하는 인물이다. 악역이 처음이었나 싶을 정도로 표정을 편하게 쓰던데.

= 그전에도 얼굴에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이번엔 악만 써보자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로맨스물 할 때보다 재미있었다. (웃음)

극악무도한 악을 구현하는 데 종두만이 가진 특징을 무엇으로 보았나.

= 눈빛. 밤에 야생동물을 보면 번쩍이는 눈동자만 보이잖나. 그게 무섭다고 생각했다. 종두는 사람을 왜 저렇게 쳐다보지 싶게 노려본다. 그건 사람의 눈빛이 아니라 짐승이 먹잇감을 보는 눈빛이다. 사냥감이라고 생각하는 것 외에는 무심하다. 누가 지나가도 별 반응을 하지 않다가 뭔가 거슬리는 게 생기면 갑자기 눈빛이 돌변해서 난폭해지는 모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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