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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엄마' 아이리스 K. 심 감독, "샌드라 오는 캐릭터의 결정적 영감이었다"
안현진(LA 통신원) 2022-05-05

시카고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 아이리스 K. 심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호러영화 (이하 <엄마>)가 5월11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엄마>는 왜곡된 모녀 관계가 빚어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신경쇠약증에 걸린 주인공과 죽어서도 딸을 떠나지 않으려는 엄마의 영혼을 그린 호러 스릴러다. 미국의 한 외딴 농장에서 외부와의 연은 물론이고 전기 공급마저 끊은 채 딸 크리스(피벨 스튜어트)와 양봉으로 얻은 꿀을 팔며 사는 엄마 수현(샌드라 오)에게 어느 날 죽은 엄마의 재가 담긴 유골함과 유품을 담은 가방이 전달된다. 호러나 스릴러에서 흔히 다뤄지는 보편적인 주제인 모녀 관계에 수현이 한국계 이민 2세로 설정되며 드리워진 특수성이 흥미롭다. 영화에 한국 문화를 호러 요소로 사용한 이유, 샌드라 오의 캐스팅과 샘 레이미 감독의 레이미 프로덕션에서 제작하게 된 이야기를 아이리스 K. 심 감독과의 일대일 인터뷰를 통해 들었다.

- <엄마>의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했다. 미국에서 펼쳐지는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됐나.

= 어느 정도는 전략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호러 장르의 요소들을 본능적이고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내가 연출할 수 있도록 규모가 작고 제작하기 쉬운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처음 각본을 쓸 때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한국 문화가 소재로 사용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에 모녀 관계, 한국적 요소들을 가져오자 여러 가지가 들어맞기 시작했고,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자라며 고민했던 부모 세대와의 격차도 의미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 샌드라 오는 어떻게 <엄마>에 출연하게 됐나.

= 처음부터 샌드라 오를 수현 역에 캐스팅하고 싶었다. 물론 그가 영화에 출연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샌드라의 존재는 내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영감을 줬다. 운 좋게도 샘 레이미의 제작사와 연결됐고, 샌드라에게 각본을 보냈다.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엄마>는 샌드라가 이전까지 출연한 영화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는 각본을 보자마자 관심을 보였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샌드라가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의 민족성이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신중하게 살핀다는 것을 알았다. 샌드라는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크리스티나가 한국인으로서 표현되지 못했던 부분에 갈증을 느꼈던 것 같다.

- 샌드라 오가 수현 캐릭터의 영감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 샌드라는 현존하는 최고의 여배우 중 하나다. 눈썹을 살짝 움직이거나 눈동자 방향만 바꿔도 양극단을 오가는 표현력이 있다. 한편으로 슬픈 사실은 각본을 쓸 때 떠올릴 만한 한국계 여배우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촬영 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어서 한국에서 배우를 데려오는 일이 너무나 어려웠다. 수현의 엄마 역할을 캐스팅하기 가장 힘들었는데, 특정 연령대의 한국계 여배우 중에서 경력이 충분한 후보를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

-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이야기의 구조를 갖춘 뒤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는데, 당신의 정체성과 시선이 이 영화의 작업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

= 비교적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아가는 시카고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늘 외로웠다. 남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전시하지 않았다. 창피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런 감정들도 감추려고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를 인정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게 됐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거부감 때문에 한국 문화는 많이 알지 못했다. 벽에 걸려 있던 액자 속의 나무 탈이나 제사 때 입었던 한복이 간지럽고 불편해서 싫었던 기억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들며 부모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 나의 이런 경험은 수현의 딸인 크리스 캐릭터에 반영했다. 한국인의 피가 있지만 한국 문화를 모르기 때문에 느끼는 두려움을 크리스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가 양봉인데, 한국적 소재와는 가장 연결점이 적은 것 같다.

= 한국적인 얼굴, 한국적인 소재와 대비되는 미국적인 배경이 필요했다. 이민자들은 대도시에 주로 모여 산다. 커뮤니티를 이루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수현과 크리스를 대도시가 아닌 외딴곳에 배치했고 거기서 수현 모녀가 할 수 있는 일로 양봉을 떠올렸다. 벌에게 쏘일 수 있다는 두려움과 꿀의 달콤함이 모녀 관계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윙윙거리는 벌 소리와 수현의 트라우마를 연결시킬 수 있었다.

- 때수건은 영화에서 다룬 한국적인 소재 중 가장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 수현은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숨는 거다.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습관이 있다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또 그 장면에서 수현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엄마의 영혼이 자신에게 들어오지 못하게 벗겨내는 거다. 본능적으로 느끼고 그걸 벗겨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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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소니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