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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브래나의 두 번째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영화화 프로젝트 ' 나일 강의 죽음'
배동미 2022-02-10

범인은 이 배 안에 있다

부유한 신혼부부와 질투에 눈먼 옛 연인. 그들을 태우고 이집트 나일강을 항해하던 증기선에서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가 1937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케네스 브래나 감독의 <나일 강의 죽음>이 2월9일 국내 개봉한다. 전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에서 크리스티의 미스터리 세계를 탐구했던 케네스 브래나 감독은 이번에도 연출은 물론 주인공 탐정 에르큘 포와로 역에 도전한다. 지난 2020년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데뷔한 지 100주년 되던 해였다. 케네스 브래나 감독은 여왕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20년에 <나일 강의 죽음>을 공개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러 차례 개봉을 미뤄야만 했다. 예기치 않게 출항이 지체된 <나일 강의 죽음> 탑승을 준비하면서, 독자 여러분이 참고할 만한 미리 보기 기사를 건넨다. 케네스 브래나 감독과 주연배우 에마 매키의 인터뷰와 사랑과 질투로 얼룩진 밀실살인 사건에 휘말린 캐릭터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기사도 함께 전한다.

구약성경 <사무엘서>에는 양 99마리를 가진 부자가 가난한 이가 애지중지 키워온 양 한 마리를 빼앗아가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가난한 이가 가진 소중하고 유일한 것까지 탐한 것이다. 막대한 부를 물려받은 상속녀 리넷(갤 가돗)은 모든 걸 가졌다. 부와 젊음, 빼어난 미모와 누구 앞에서든 당당한 자신감까지 모든 면에서 그녀는 완벽하다. 반면 그녀의 친구 재클린(에마 매키)은 가난하고 가진 게 많지 않은 여성이다. 똑똑하고 매력적이지만 삶은 늘 궁핍했다. 그런 리넷과 재클린은 학교에서 만나 우정을 두텁게 쌓았으나,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모든 비극은 99마리의 양을 가진 리넷이 재클린이 온 마음을 쏟아 사랑한 약혼자 사이먼(아미 해머)을 빼앗아간 뒤 시작된다.

흔한 연인간의 헤어짐이라기엔 재클린은 사이먼을 열렬히 사랑했고, 친구 리넷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믿었던 것이다. 반면 리넷과 사이먼은 분별력이 없었다. 질투와 증오심에 사로잡힌 재클린은 총 한 자루를 품고 다니면서 두 사람 중 누구를 죽여야 할까, 고민하기에 이른다. 그녀의 머릿속에 번쩍하고 떠오른 아이디어는, 두 사람을 그저 따라다니는 것. 이집트에서 신혼여행 중인 리넷과 사이먼이 낯선 곳에 도착해 행복에 젖을 때마다 재클린은 그저 자신인 채로 그들 앞에 나타난다. 그러면 부유하고 행복했던 신혼부부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언짢아하고, 재클린으로선 사이먼과 신혼여행으로 떠나려 했던 생애 첫 해외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사랑과 질투로 얼룩진 세 남녀 앞에 상냥하고 위트 있는 벨기에인 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나)가 나타난다. 휴가를 즐기던 포와로는 이들과 함께 증기선 카르낙에 탑승해 나일강 유역을 항해한다. <나일 강의 죽음>은 젊은 남녀의 어긋난 사랑뿐 아니라 이집트의 뜨거운 햇빛, 거대한 이집트문명의 유적지를 스크린 위에 펼쳐 보인다. 제작진이 이집트를 방문해 피라미드와 람세스 2세의 신전인 아부 심벨 신전 등을 디지털 스캔한 뒤 실물 크기의 세트로 완성시킨 덕분이다. 평화도 잠시, 증기선 안에서 밀실살인이 발생하자 포와로는 추리에 돌입한다. 용의자는 모두 11명인데, 신혼부부를 질투하는 자, 그들의 재산을 노리는 자 등 누구든 살인의 동기는 충분해 보인다. 더구나 다들 촘촘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다. 첫 번째 살인에 이어 여러 차례의 밀실살인이 벌어지자 카르낙호의 미스터리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세계를 탐구했던 케네스 브래나 감독은 다시 한번 미스터리 스릴러에 도전했다. 전작에서 함께 호흡한 각본가 마이클 그린과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티의 소설’에 대해 대화하던 케네스 브래나 감독은 한편만으로 만족하지 못해 <나일 강의 죽음>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가장 큰 도전은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푸른 나일강을 항해하는 1930년대 증기선 카르낙을 재현하는 일이었다. 케네스 브래나 감독은 카르호가 우아하지만 때론 상어처럼 위험해 보이길 미술팀에 주문했고, 그에 걸맞은 실물 크기의 증기선 세트가 완성되었다. 카르낙 세트는 길이만 236피트(약 72m), 너비 48피트(약 15m), 높이 42피트(약 13m), 무게 225t에 달했고, 배우들이 아파트 5개 층 높이를 자랑하는 세트를 처음 봤을 땐 탄성을 터트렸다는 후문이다.

포와로의 추리를 어렵게 만드는 용의자는 11명이다. 이 영화가 많은 배우의 앙상블로 완성된 영화라는 걸 의미한다. 젊은 연인들을 연기한 갤 가돗, 아미 해머, 에마 매키뿐 아니라 함께 탑승한 승객을 연기하는 톰 베이트먼, 아네트 베닝, 레티티아 라이트, 제니퍼 손더스, 돈 프렌치 등이 스크린을 가득 메울 예정이다. 특히 <나일 강의 죽음>은 리넷 부부의 결혼식과 파티, 카르낙에서의 대화 신 등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다. 65mm 필름 작업을 사랑하는 브래나와 해리스 잼바로코스는 <오리엔탈 특급 살인>에 이어 다시 한번 여러 배우들의 앙상블을 65mm 필름에 담아냈다. 케네스 브래나 감독은 특히 65mm 필름의 커다란 프레임에 많은 인물들을 담아낼 수 있기에 클로즈업을 남발하지 않으면서 여러 캐릭터를 포착할 수 있었다고 자신했다. 이집트의 이국적인 풍경에 집중하거나, 혹은 65mm 필름의 질감을 확인하거나. 어느 각도에서 보든 <나일 강의 죽음>은 매력적인 시네마 항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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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