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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화보] 조진웅과 변요한의 휴머니즘
김소미 사진 박종덕 2021-10-10

부산국제영화제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에서 배우 조진웅·변요한을 만나다

10월9일, 부산국제영화제의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가 배우 조진웅, 변요한을 초대해 토요일 밤의 열기를 지폈다. 부산 KNN시어터 객석을 가득 채운 팬들과 만난 조진웅, 변요한은 백은하 영화연구소 소장과 각각 1시간씩 유쾌한 수다를 나눴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신설한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을 초청해 그들의 연기 인생을 관객과 나누는 자리다. 배우 이제훈, 전종서, 한예리, 조진웅, 변요한이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고, 피날레는 엄정화가 장식할 예정이다.

배우 조진웅 : “캐릭터 창조는 걸음걸이부터”

“연기를 하는 이유와 본질에 대해 정체성을 확실히 찾은 날로 기억될 것 같다.” 열렬한 함성, 무대를 가득 메운 열기에 조진웅은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기쁜 마음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 솔직함은 토크 내내 이어졌다. 객석의 주의를 붙잡는 유머까지 구사하며 부지런한 입담으로 1시간을 채운 조진웅은 앞으로의 꿈을 묻는 객석의 질문에 “좋은 작업 만들어서 또다시 이렇게 대화하는 것. 그게 꿈이다”라고 답한 뒤 처음 입장할 때와 똑같은 호쾌한 웃음과 함께 퇴장했다.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이기도 한 조진웅의 발걸음은 아직 보지 못한 한국영화 신작들로 향하는 중이었다.

조진웅은 캐릭터를 연구할 때 우선 인물의 걸음걸이부터 떠올린다. “깡패 캐릭터의 왼쪽 무릎에 흉터가 있다는 지문이 있으면, 그 흉터의 근원을 상상하면서 그에 맞게 일단 걸어본다.” 관건은 시나리오에 드러난 단서를 세심히 살피고, 감독과 구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그렇게 하고 나면 “인물의 DNA와 나의 DNA가 슬슬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는 게 그가 경험한 연기의 신비다.

조진웅의 연기 교재는 “대한민국의 훌륭한 선배 배우들”이고, 그가 가장 믿는 것은 “현장 식구들”이다.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 스탭들과의 신뢰만 있으면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다”고 힘주어 말한 그는 요즘들어 1분 1초가 그저 아깝기만 하단다. “영화 2-3편 찍으면 1년이 훌쩍 간다. 그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식구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들과 서로 의지하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의미있게 채우고 싶다.”

멜로와 팬미팅. 팬들의 바람과 달리 조진웅은 이 두 단어가 아직 한참 낯선 듯 보였다. 이날 액터스 하우스가 열린 KNN시어터는 아이돌 팬미팅을 방불케하는 함성과 환호가 난무했고, 향후 팬미팅 계획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어이가 없다”라고 웃음을 터뜨린 조진웅은, <퍼펙트맨>에서 함께 연기한 설경구와의 대화를 재연하기도 했다. “설경구 선배에게 ‘지천명 아이돌’이 뭐냐고 놀린 적 있었는데 의외로 아주 진지한 얼굴로 답하더라. ‘진웅아. 내가 그렇게 오래 무대에 섰는데도, 팬미팅 할 때 우황청심환 먹었어. 정말 달라. 너도 이 경험 꼭 한번 해봐야 해.’ 그 말을 들은 이후로는 나도 약간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웃음)” 멜로 장르에 도전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선 “나와 멜로 작업을 할만큼 전위적인 사고를 가진 감독님이 있다면 하겠다”라고 답했다.

배우 변요한 : 나는 판타지를 잘 못 믿는 배우, 현실에 발붙인 인물들에 끌린다

<보이스>로 추석 시장을 장식한 후 드라마 신작 촬영에 한창인 변요한은 지칠 법한 일정 중에도 "요즘따라 연기가 더 재밌어지고 있"다는 즐거움부터 고백했다. 그는 요즘 연기가 너무 재밌어서 불안하기까지 하다. 그러다 문득 말을 멈춘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와서 ‘드라마’라는 단어를 꺼내도 괜찮은지 수줍은 얼굴로 되묻는 종류의 사람이다. 16부 촬영까지 끝내고 나면 “이러다 내가 사라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몰입 중인 요즘, 염려에도 불구하고 변요한의 말들은 드물게 정답고 소탈했다.

“예전에는 나를 위해서 연기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글에 나온 인물과 그 세상에 집중한다. 작품에 담긴 것과 내가 가진 신념이 잘 조화를 이뤄서 관객 한 사람이라도 감동할 수 있다면 괜찮다는 마음으로 연기한다. 그게 옛날 내 초심이었는데, 요즘들어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하다. 필모그래피도 더 늘리고 싶어서 작년부터 다작도 하고 있고. (웃음)”

“영화 현장이 바뀔 때 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힘들다.” 낯가림 심한 배우의 고충인가 했더니 변요한이 설명한 사정은 달랐다. “늘 정해진 시간 동안만 만났다가 작품이 끝나면 늘 이별해야 하니까, 그게 반복될수록 점점 힘들어지더라. 배우라는 직업의 속성 중에 잦은 이별을 겪어야 한다는 점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 지나친 다정함에 술렁이는 객석의 반응이 민망한 지 그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처음에 친해지는 게 어렵지 한 번 마음열면 끝까지 가고싶다. 하하, 내가 생각해도 정이 좀 많은 것 같네.”

“난감함의 표정을 저렇게 잘 짓는 배우가 있을까.”(백은하 영화연구소 소장) 백은하 소장은 변요한이 지금껏 매우 현실적인 고난에 처한 우리 일상 속의 인물을 주로 연기해왔다는 사실에서 배우 본연의 성향을 찾았다. 변요한은 “솔직히 말해 나는 판타지가 잘 안믿겨진다. 내가 믿는 힘이 부족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같다는 말도 있잖나.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우리 현실의 땅에 발붙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을 나눠드리고 싶은, 어쩌면 조금 거만한 바람을 갖고 있다. 그래서 <미스터 선샤인>에 출연할 때 참 좋았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술에 취해 있어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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