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세이션> The Conversation
김덕중/한국/2021년/120분/한국영화의 오늘-비전관계에 대한 섬세하고 독특한 관찰력이 돋보였던 <에듀케이션>의 김덕중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이번에는 은영(조은지)을 중심으로 한 무리, 승진(박종환)을 중심으로 한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관계에 얽힌 다양한 반응들을 쏟아낸다. <컨베세이션>은 제목 그대로 대화 그 자체의 본질을 담아내는 영화다. 여기엔 선형적인 내러티브나 특별한 사건이 필요치 않다. 그저 인물 사이에 쉴 새 없이 오가는 대화를 곁붙 쬐듯 함께 듣는 걸로 족하다. 카메라는 한 쪽에 가만히 서서 상황을 그대로 담아내고 인물들은 일상처럼 의미 없는 말들을 쏟아낸다. 얼핏 잉여로운 순간들로 채워진 관찰 카메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고요한 가운데 묘한 리듬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젊음과 연애, 추억에 얽힌 소소한 말들은 마치 파도처럼 인물들 사이를 오가고 마침내 장면과 장면 사이 빛나는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영화가 이야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일상을, 시간을 담아내는 또 다른 방식. 그들의 쓸모없는 대화 속에서 당신의 숨겨진 진심들이 잠들어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