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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명세 감독, “영화 속 공간의 먼지까지도 전달하고 싶다”
김현수 사진 최성열 2021-09-28

<미싱픽쳐스: 아버지가 사라졌다>에 도전하는 이명세 감독

“영화는 보이는 라디오가 아니다. 인터랙티브하게 만들 수 있다. 장 뤽 고다르의 점프컷, 샘 페킨파의 슬로모션, 스티븐 스필버그의 긴장감 넘치는 화면은 평면의 스크린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관객이 그 안에 뛰어드는 거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같은 뉴미디어의 특징에 푹 빠져 사는 이명세 감독은 자신의 필생의 프로젝트, <아버지가 사라졌다>를 VR로 구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와중에도 영화의 매력을 놓치지 않고 있다. 누구보다도 영화라는 꿈을 열정적으로 지켜내는 데 앞장서는 그는 영화와 VR의 이종교배를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테스트하는 중이다.

-VR 작품이지만 <씨네21>과 신작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은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나.

=감독들이 하는 일이야 늘 시나리오 쓰는 거라 계속 작업하고 있었다. 서울환경영화제를 맡아 하는 와중에 이번 VR 작업을 제안받았다.

-VR과 같은 뉴미디어 매체에 대한 평소 관심사도 궁금했다. 촬영장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AR 기술에도 관심을 표했다.

=사실 <첫사랑> 때만 해도 나는 아날로그 시대의 전사가 되겠다고 했다. 만화 같은 앵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앵글도 직접 다 찍어내던 시절이었다. 유영길 촬영감독이 온갖 곳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의도했던 것과 비슷한 앵글을 찍어주셨다. 그 이후 기술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영화언어가 확장되는구나,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었지. 그런데 VR 헤드셋을 쓰는 순간, 너무 재미있더라. VR이 꿈의 공간이구나, 개념 파악이 단박에 됐다고나 할까. 그런데 또 막상 시작해보니 기술적인 한계가 많아서 이것저것 고민 중이다.

-영화의 매체적 특징과 VR이 지닌 특징이 완전히 다르다. 가장 먼저 매료된 VR의 특징은 무엇이었나.

=나는 언제나 영화 안에서 특정 시간을 지우는 작업을 했다. <지독한 사랑>의 겨울 신에서 벽에 걸려 있는 달력도 여름 달력으로 걸어두는 식이었다. 또 나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리얼리티도 사람들의 생각과 달라서 과거를 올드하고 레트로한 추억의 공간으로만 접근하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시간, 그 시대의 사람들은 낡은 세피아톤의 세계가 아니라 새것으로 이뤄진 곳에 살았을 텐데. 조감독 시절부터 내가 상상력을 발휘하면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의심부터 했다. 키치가 아닌데 키치라고들 생각하더라. VR을 통해 내가 만들고 싶었던 영화의 가능성을 어떻게 하면 감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공간성이란 특징을 발견했다. 헤드셋을 쓰면 나는 여기 있지만 내 시공이 달라지는 그 개념, 그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내가 영화를 만들면서 해왔던 고민을 이 기술에 이식시킬 수 있을지, 가능성을 테스트해보는 중이다.

-<미싱픽쳐스: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만들지 못한 과거의 아이디어를 추억하는 식의 작업이 될까.

=단순히 제작하지 못한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애초에 원했던 영화의 결을 정서적으로 느껴주기를 바라는 컨셉을 고민하고 있다. 영화에 담고 싶었던 그 공간의 먼지까지도 전달해주고 싶다.

-이후 장편영화 연출에 대한 계획도 있나.

=작은 액션 활극을 하나 준비하고 있다. 주변에서 요샌 또 뭐가 많이 바뀌었다고 그에 맞춰서 할 수 있겠냐고 걱정한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하면 되지. 나도 내 영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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