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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부는 네티즌 펀드 바람
2001-03-23

확대, 전문화된 네티즌 펀드,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 끼칠까

지난 3월8일 한국영화계에 작은 ‘기록’ 하나가 수립됐다. 구스닥이라는 인터넷 업체가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엽기적인 그녀>의 1억원짜리

투자 공모가 6시간40분 만에 마감된 것. <엽기적인…>은 이틀만에 1억원을 모은 <리베라 메>의 ‘기록’을 갱신했지만, 심마니 엔터펀드가

실시하는 12일의 <친구> 투자 공모에 9일 현재 공모액 1억원 중 이미 6천만원이 대기 중이어서 그 영광을 오래 누리지는 못할 전망이다.

네티즌들의 돈을 모아 영화에 투자하는 네티즌 펀드가 최근 들어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99년 11월 인츠닷컴이 <반칙왕>에 대해

1억원을 공모한 것으로 시작된 네티즌 펀드는 엔터펀드, 엔터스닥(옛 무비스탁), 구스닥, 한스글로벌, 문화거래소 등이 속속 참여하며 점차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반칙왕> <공동경비구역 JSA> <자카르타> 등이 높은 수익률을 올려 투자자에게 고액을 배당하게 되면서

네티즌 펀드는 ‘저금리, 저주가 시대’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익률이 150%인 <공동경비구역…>의 경우 10만원을

투자한 사람이라면 15만원이라는 추가소득을 얻게 되는 셈이니 가히 ‘대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대개의

작품이 20% 안팎의 탄탄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네티즌, 투자에서 홍보까지

물론 이들 네티즌 펀드에 관심이 쏠리는 동기를 자산증식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재미도 보고 돈도 버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징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가장 큰 동기일 것. 애초 네티즌 펀드가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사실은 명확해진다. 영화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보다는 자신의 영화를 네티즌의 힘을 빌어 홍보하고자 하는 영화 투자사나 제작사의 입장과 자사 사이트의 인지도를 높이고 부가적으로

수수료를 챙기려는 네티즌 펀드 업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현재 네티즌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영화에 관심이 높은 20대∼30대.

엔터펀드에 의하면, 20대와 30대가 각각 51%, 45%로 95%를 차지하며 직업별로는 학생이 45%로 가장 많다. 이들은 자신이 투자한

영화를 띄우기 위해 인터넷 곳곳의 게시판에 홍보문구를 띄우는 등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엔터펀드의 윤제근 팀장은 “우리가

분석해본 결과, <자카르타>의 경우 인터넷 게시판에 띄워진 찬사의 글 중 절반 가량은 투자자의 작품이다”라고 설명한다.

투자액은 확대, 공모방법은 전문화

하지만 ‘머니게임’의 양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 따라 네티즌 펀드의 목적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단순 마케팅이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수익을 노리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엔터펀드의 경우 튜브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하는 <파이란>에 2억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에 각각 4억원을 공모해 투자하는 등 점차 투자액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올해 안으로 10억 규모를 공모해 제작비의

절반 정도를 대고, 내년에는 제작비 전액을 네티즌 펀드로 조달하는 작품도 만들 예정이다. 엔터스닥의 경우 더 적극적이다. 상반기 안에 20억

규모의 전액을 네티즌 펀드로 투자하는 작품을 제작할 예정이고, 곧 만들어질 영화 수입펀드에 20억원을 넣기 위해 새로운 펀드를 공모할 계획이다.

한스글로벌도 <게이머>에 6억원을 네티즌 펀드로 조달할 방침. 공모 목표액이 높아지다 보니 이들 업체는 투자자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 엔터펀드의 경우 증권전문 사이트인 팍스넷, 포털 사이트인 네띠앙과, 엔터스닥은 영화예매 사이트인 맥스무비, 직장인 사이트인

김대리 등과 제휴를 맺었고 구스닥은 모회사인 인터파크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네티즌 펀드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건은 투자 대상인 영화 작품이 얼마나 완성도와 흥행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점. 이들 업체가

믿을 만한 메이저 영화투자 및 제작사와 손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츠닷컴은 청년, 마술피리, 엔터펀드는 튜브엔터테인먼트,

구스닥은 신씨네, 백두대간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아직 네티즌 펀드가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메이저 제작사의 경우 굳이

네티즌의 ‘코묻은 돈’이 아니더라도 자본을 끌어모을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므로 아직 네티즌 펀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또 자칫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영화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이들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싸이더스의 노종윤 이사는 “우리

역시 네티즌 펀드에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개별 작품에 대한 투자는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는 싸이더스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나쁜 이미지로 연결될 수가 있다. 따라서 몇 개의 작품을 묶어서 패키지식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방법이 더 좋아보인다”고 얘기한다.

갈길은 멀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다

최근 들어서는 네티즌 펀드에 대한 관심이 과열상태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200만원 이상의 고액 투자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고 1천만원대의

거액을 내놓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는 것. 엔터펀드의 경우 100만원 이상 투자자가 전체 투자자 중 5%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전체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가 넘는다. 또 네티즌 펀드를 홍보 차원이 아니라 자본 그 자체로 필요로 하는 영화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투자유치에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되고, 이는 또 흥행에서도 큰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로 연결된다. 흥행성이 떨어지는 기획이 네티즌 펀드로

진행될 경우 결국 투자자만 손실을 입을 것이고 네티즌 펀드 자체에 대한 불신감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츠닷컴의 김정영

영상사업부장은 “영화 기획이 아니라 이벤트 기획 같은 말도 안되는 기획서가 숱하게 들어온다”고 말한다. 그동안은 흥행성과 작품성 등을 고루

갖춘 작품에 대해 주로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았지만, 앞으로 네티즌 펀드가 활성화하는 틈새로 가망없는 작품이 들어올 여지는

많아보인다.

물론 네티즌 펀드가 전통적인 충무로 자본에서 대기업으로, 다시 금융자본으로 바뀌어온 한국영화 자본의 흐름을 당장 바꿔놓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싱싱한 눈과 감각을 가진 새로운 투자자군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기존 투자자에게 외면받던 신선한 발상의 영화가

제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돈놓고 돈먹기’식의 투기장이 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문석 기자 [email protected]

■네티즌 펀드 현황

회사명

도메인 주소

작품

공모액

투자자

수익률

인츠닷컴 film.intz.com

반칙왕

1억원

464

97%

킬리만자로

1억원

438

40%

동감

4300만원

-

56%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560만원

754

30%

공동경비구역 JSA

1억원

350

150%예상

단적비연수

1억원

282

1%

무사

1억원

공모예정

미개봉

엔터펀드

화양연화

8천만원

498

10%

enterfund.simmani.com

리베라 메

1억원

711

12%예상

자카르타

1억원

485

50%예상

눈물

4천만원

278

정산중

휴머니스트

1억원

공모중

미개봉

그녀에게 잠들다

1억원

공모중

개봉중

친구

1억원

공모예정

미개봉

파이란

2억원

공모예정

미개봉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4억원

공모예정

제작중

2009 로스트 메모리즈

4억원

공모예정

제작중

엔터스닥

하면된다

1억

120여명

-20% 예상

www.entersdaq.com

라스트 씬

5천만원

60여명

미개봉

공중화장실

5천만원

40여명

미개봉

구스닥 www.goodsdaq.co.kr

부에나비스타..

3천만원

125

정산중

엽기적인 그녀

1억원

353

제작중

인디안 썸머

1억원

공모예정

미개봉

프린스 앤 프린세스

미정

공모예정

미개봉

한스글로벌 www.hansboom.com

천사몽

3억3천만원

175명

정산중

문화거래소 www.gfan.net

게이머

1억1천436만원

(목표 6억원)

100여명

(공모중)

제작중

▶김정영

인츠닷컴 영상사업부장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