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비디오 가게에서 엿들은 대화.
여학생1: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빼들며) 이거 재밌다. 봤냐?
여학생2: 그거 옛날 거잖아. 근데 그거 감독이 옛날에 박카스 선전에 나오지 않았냐?
여학생1: (잠시 재킷을 들여다보고는) 아, 맞다맞다! 아버지가 환경미화원이라고 했지….
여학생2: 그건가? 뭐… 러시안가 암튼 이상한 나라에서 공부한다고 나오지 않았었냐?
여학생1: (쪽팔려하며) 아 맞다. (갑자기 득의양양하게) 지난해에 노영심이랑 결혼했잖아∼!
여학생2: (매우 놀라며) 진짜?
여학생3: (멀찌감치에서 비웃듯 참견하며) 웃기네. 노영심 아니구 강혜정이야!
여학생1,2: 강혜정?
여학생3: 그래! 그, (잠시 고민한 뒤) 아, <꽃섬> 주인공! 그 영화도 자기가 감독했잖아.
여학생2: 진짜? 그럼 감독하다가 눈맞은 거래?
여학생3: 그랬겠지 뭐…. (갑자기 화제를 바꾸며) 근데 류승범 진짜 귀엽지 않냐?
여학생1, 2: (류승범이라는 단어에 환호성을 지르며) 류승범 너무 좋아! 멋있어. xxx보다 훨씬 나아….
영화와 관련된 그들의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을 맺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주위를 뱅뱅 돌며 한번쯤 참견을 할까말까 괜히 괴로워하던 나는 결국 그들이 <꽃섬>을 빌려가는 것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히죽. 손원평/ 자유기고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