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셈플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시애틀의 저택에서 성공한 남편, 똑똑한 딸과 함께 사는 버나뎃(케이트 블란쳇)은 행복하지않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탓에 사회에의 위협으로 취급받는다. 딸이 제안한 가족 남극 여행을 덜컥 수락하면서 그녀의 스트레스와 불안은 점점 더 커진다. 사건은 그녀 몰래 남편이 정신과 상담을 의뢰하면서 폭발한다. 20년 전 그녀의 화려했던 과거를 남편조차 망각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버나뎃은 또 한번 돌출행동을 시도한다.
<어디갔어, 버나뎃>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2011년 작품 <버니>와 대구를 이룬다. 이웃으로부터 괴짜 취급을 받는 버나뎃과 주변 사람들 대다수가 사랑하는 버니는 얼핏 보기에 정반대의 존재다. 잠재적 사고뭉치인 두 인물은 하나의 사건을 통해 숨겨왔던 자신의 어떤 얼굴과 마주한다. 보통 사람들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것과 달리 그들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따른다. 특이하고 괴팍한 까닭에 자칫 괴물처럼 보일 수 있는 인물에 접근하는 방식이 과연 링클레이터답다. 남편과 전문가의 상담과, 버나뎃과 옛 동료의 만남을 수차례 교차해 충돌시키는 장면이 압권이다. 버나뎃은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 양쪽에서 다 바라보기에 버나뎃은 허구의 인물에 머물지 않는다. 원작을 단순하게 처리했다는 비판도 있으나, 인물을 허투루 다루지 않는 점만으로도 쉬 버리지 못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