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억하는 마지막 SM엔터테인먼트 발매작은 무엇인가. 호언장담까지 하기엔 조심스럽지만, NCT 127의 네 번째 정규앨범 《NCT #127 Neo Zone–The 2nd Album》은 그것이 무엇이든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고도 남을 힘을 가진 앨범이다.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건 타이틀곡 <영웅(英雄; Kick It)>이었다. NCT 127를 대표하는 트랙 가운데 하나인 <Cherry Bomb>을 작업한 뎀 조인츠와 디즈, 유영진 등이 다시 호흡을 맞춘 이 곡은 여느 K팝이 그렇듯 한곡의 노래 안에 여러 얼굴을 가두고 있다. 비트를 말 그대로 ‘때려 박는’ 격렬한 메인 루프 사이사이 마시멜로처럼 끼워진 R&B 선율은 노래가 가진 박력에 튀어나가려는 이들의 귀를 몇번이고 제자리에 끌어다 앉힌다. 영화 <킬 빌>을 오마주한 세트에서 이연걸과 소림사가 절로 떠오르는 ‘영웅’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상징성, 유수의 재패니메이션을 통해 그려진 네오-도쿄를 닮은 네오-서울의 이미지들이 전하는 얄궂은 오리엔탈리즘에 숨이 막히려는 찰나, 구원군처럼 수록곡들이 등장한다. 정규작인 만큼 총 13곡이 담긴 앨범에는 NCT 127의 지난 어떤 앨범보다 부드럽고 달콤한 팝 넘버들이 가득하다. 기분 좋은 예감은 첫곡부터 시작된다. 상큼한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앞세운 댄스팝 <Elevator (127F)>가 팡팡 터뜨리는 과즙을 뚫고 등장한 영웅을 잠시 감당한 앨범은 멤버 마크의 꿈꾸는 듯한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포근한 팝 R&B <꿈(Boom)>, <낮잠(Pandora’s Box)>, <Day Dream(白日夢)>을 연이어 내놓는다. <뿔(MAD DOG)>과 <Sit Down!>은 래퍼 마크와 태용이 중심이 된 강렬한 힙합 트랙이고, 이후 하모니로 쌓아올린 달콤한 탑이 이어지다 빈티지한 느낌을 한껏 살린 팝 넘버 <Dreams Come True>로 앨범은 문을 닫는다. 국경을 넘어 수집한 다양한 작곡가들과 촘촘한 프로덕션, 올해로 5년차를 맞이한 멤버들의 합이 만들어낸 수작이다. 무엇보다 좋은 곡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좋은 앨범의 요건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PLAYLIST++
<NCT #127 Cherry Bomb>
미국 힙합 프로듀서 뎀 조인츠와 국내 작곡가 디즈의 재능이 빛나는 NCT 127의 대표곡. 실제로 디즈는 인터뷰를 통해 <영웅(英雄; Kick It)>을 작업하며 “<Cherry Bomb2>를 각오하고 작업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NCT 127의‘네오함’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청각 자료로 손색없는 곡.
소녀시대 <I Got A Boy>
‘세상 어디에도 없는 무국적 K팝’ 이미지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전설의 곡. 완결성을 갖는 하나의 노래라기보다는 서너곡을 접붙여 만든듯한 파격적인 구성으로 발매 당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상당한 화제를 만들어낸 문제작이었다. 발표 7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K팝을 대표하는 곡으로 각종 리스트에 번번이 소환되며 시간의 가치를 증명해준 대표 사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