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lholland DR. 2001년, 감독 데이비드 린치 자막 영어, 한국어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2.0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지역코드 3 출시사 스타맥스
‘영화를 볼 때 머리에 쥐가 나게 만드는 감독’ 리스트를 작성한다면 아마도 데이비드 린치가 맨 첫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꿈과 현실을 마구 넘나드는 스토리에 기이한 이미지까지 가세해, 도무지 시작과 끝을 판단할 수 없는 영화만을 줄곧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린치표’ 영화에 한번 중독성이 생기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그의 영화가 개봉되기만 하면 1순위로 보러 나서게 된다. 그중에서도 난해하기로 소문난 <로스트 하이웨이>를 보며 스토리의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찾으려 노력하다가 탈진한 경험이 있던 나는, <멀홀랜드 드라이브> 때는 아예 ‘어떠한 연결고리도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라고 자기 암시를 열심히 걸었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뭔가 스토리가잡히는 듯한 느낌에 ‘이 정도라면 기승전결을 맞출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정신없이 머리를 굴리며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결론은 역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워낙 스토리와 편집이 복잡한 영화라 그때 당시에는 전혀 몰랐었지만, 우리나라 극장에서 상영된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무려 9분이나 삭제된 것이었다. 그 원인은 물론 상영횟수를 늘리기 위한 수입사쪽의 의도 때문이었는데, 더 한심한 것은 삭제사실이 밝혀져 문제가 된 뒤에 출시된 국내용 비디오 역시 9분이 삭제된 136분짜리라는 점이다. 상황이 이런지라 <멀홀랜드 드라이브> DVD는 출시 전부터 삭제장면의 추가를 원하는 마니아들의 목소리가 컸었다. 그런 마니아들의 예민한(혹은 당연한) 요구에 맞춰 얼마 전 출시된 이 DVD는, 147분 무삭제판으로 나왔다.
게다가 비록 DTS가 빠지기는 했으나 코드 1번에는 거의 없는 서플먼트들을 자체적으로 보강해 나름대로 독특한 색깔을 갖추고 있는 점도 이 DVD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그 서플먼트들을 통해 감독으로서의 데이비드 린치를 관찰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평면적인 전개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는 하지만, ‘Making Film’ 코너는 린치의 사고방식, 어휘, 행동, 진행 스타일 등을 통해 그가 얼마나 총명한 동시에 복잡하며 또한 감각적인가를 잘 드러내주고 있는 것. 또한 ‘인터뷰’ 코너에서 3명의 주연배우들이 직접 늘어놓는 감독의 능력에 대해 찬사는, 낯간지러운 수준의 어휘가 수시로 동원되기는 하지만 그만큼 생동감이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영화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재구성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완전판을 보고 싶어했고 동시에 린치라는 감독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타이틀이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