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만난 미국 여자애가 미네소타 출신이라고 말했을 때 내가 처음 물은 건 위노나에 가본 적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 애는 위노나에 살진 않지만 집앞 건널목을 너머 갑자기 바뀌는 지명의 이름이 위노나이며, 아주 작고 아담하고 예쁜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 동네라고 했다.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미네소타주 위노나는 위노나 라이더가 태어난 곳이다. 피렌체에서 태어나 플로렌스란 이름을 갖게 된 나이팅게일 간호사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고 해도, 자식들의 이름을 몽땅 출생지를 따 지은 위노나의 부모는 정녕 특이한 족속들이었음에 틀림없다(이창동 감독이 도봉구 창동에서 태어나서 창동이라고 이름붙여졌다고 상상해보라!).
<청춘 스케치>를 다시 보려고 집어들었을 때 옆에 있던 아줌마가 여기 나온 애가 백화점에서 ‘쓰리’를 한 도둑이 아니냐며 참견을 해오셨다. 그렇다. 그녀는 서른이 넘자마자 이해하기 힘든 짓을 저질렀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위노나는 엄청난 자의식과 제멋대로인 캐릭터를 지닌 인물을 연기했다. 그러나 그녀가 영화에서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자주 썼던 내레이션은 현실에선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으로 뒤바뀔 뿐이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로 튀어나와 뒤통수를 치는 일을 저질렀을 때 관객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는 다시 영화에만 몰두하는 거다. 적어도 <청춘 스케치>에서의 위노나 라이더는 담배와 콜라로 젊음의 불안을 떨쳐낼 수 있는 영원한 23살이니까. 누군가를 계속해서 사랑하기 위해 어디다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의 문제는 언제나 골치아프다. 손원평/ 자유기고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