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70여명의 아동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베르나르 프레나 신부. 더불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은폐해온 필리프 바르바랭 리옹 대교구장. 최근 프랑스 가톨릭은 이 사건을 둘러싸고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러한 논란 속에 프랑스영화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전면에 나서 교통정리를 시작했다. 프레나 신부에게 성적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언한 피해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신의 은총으로>를 연출한 것. 제목은 바르바랭 리옹 대교구장의 “베르나르 프레나 신부의 공소시효가 ‘신의 은총으로’ 만료되었다”라는 발언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 작품은 촬영 내내 보안 목적으로 <알렉산드르>라는 제목으로 불렸고, 극중 리옹으로 묘사되는 장면의 촬영은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에서 진행했다. 실제 사건이 일어난 리옹은 가톨릭의 영향력이 너무 세 촬영을 진행하는 데 위험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2월 20일 개봉 당시에는 진행 중인 프레나 신부의 재판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가톨릭측에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파리 법원에서 이를 ‘적절치 않은 요구’로 판단, 영화는 예정대로 개봉되었다. 영화를 찍기 전에 피해자 남성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오종 감독은 이들의 사연과 용기에 감동해 먼저 다큐멘터리를 기획했지만 이 사건으로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피해자들을 더이상 괴롭히지 않기 위해 픽션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파리]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의 은총으로>,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다뤄
글 최현정(파리 통신원)
2019-04-23
실화에 기반한, 픽션이어야 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