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 대사전>
제프리 노웰 스미스 엮음 / 미메시스 펴냄
<옥스포드 세계 영화사>의 개정판으로 1천쪽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다. 세계영화사를 책 하나로 정리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이다. 동시다발적으로 각기 다른 역사를 만들어온 전세계의 영화사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배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시네마”(cinema)라는 용어를 사용, 개별 영화를 둘러싼 더 넓은 범위의 요소들까지 포함하고 대중예술로서의 영화에 집중한다는 원칙을 충실히 따름으로써 80명에 달하는 필자들의 글을 균형 잡힌 편집을 통해 소개한다. 미국영화산업을 중심적으로 다루면서도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한 전세계의 영화산업에 대한 관심도 놓치지 않고 있다. 무성영화, 유성영화, 현대영화로 시기를 나누어 영화사를 설명하는 본론이 단연 중요하지만 주요 영화인에 관한 소개와 설명을 정리한 부분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의 이해>
루이스 자네티 지음 / 케이북스 펴냄
영화문법에 관한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서 중 하나로 말하자면 교과서 같은 책이다. 저자는 촬영과 편집 같은 영화의 기본적인 요소부터 시작해 이론과 비평에 관한 내용까지 포괄하면서 영화의 다양한 요소에 관해 설명한다. 이 책의 기본적인 목적은 영화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테크닉을 포함한 영화의 여러 요소를 읽어내기 위한 도구와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다. 영화 <시민 케인>을 앞서 소개한 영화 요소들을 통해 분석하는 책의 마지막 장은 이러한 책의 의도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1987년에 처음 출간됐지만 수정을 거듭하면서(현재 13판이 나와 있다) 내용을 추가하고 예시로 드는 영화를 비교적 최근의 영화로 바꾸는 등 변화하는 영화산업의 흐름까지도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영화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에게도, 다시 한번 영화 이론의 기초를 다지고 싶은 학생에게도 소중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사유 속의 영화>
이윤영 엮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영화 이론에서 중요하게 언급되고 기억되고 있는 15편의 글을 번역하고 묶은 책.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을 시작으로 세르주 다네 등 영화 이론의 흐름을 바꾸고 이끌었던 이들을 살핀다. 짧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영화 이론의 변화상을 단편적이나마 한번에 일별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선집의 가장 큰 강점. 학술 논문 정도의 길이를 가진 글들만 선정했다는 점도 이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수록된 글이 평균적으로 길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은 내용임에도 따라가고 읽어낼 수 있다. 각 글의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에 관한 사유의 폭을 넓힐 수 있지만 연대순으로 배열된 서로 다른 성향의 글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 역시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영화 이론에 관심이 있어도 앙드레 바쟁이나 질 들뢰즈 같은 학자들의 책을 집어드는 데에 두려움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이 책을 출발점으로 삼아보자.
<할리우드 장르>
토머스 샤츠 지음 / 컬처룩 펴냄
저자인 토머스 샤츠는 이 책에서 고전기 할리우드라는 시스템 내에서 장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변화했는지를 살펴본다. 물론 다루는 영화들이 1930년대에서 60년대에 걸쳐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의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먼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고전기 할리우드의 품 안에서 비로소 자리를 잡은 서부극, 누아르, 뮤지컬 같은 장르들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떠올릴 때 고전기 할리우드를 다루는 이 책의 논의는 지금의 영화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고전기의 영화 세계에 관심이 있거나 앞으로 장르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이에게 권한다.
<페미니즘 영화이론>
쇼히니 초두리 지음 / 앨피 펴냄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로 페미니즘 영화 비평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로라 멀비를 시작으로 카자 실버만, 테레사 드 로레티스, 바버라 크리드라는 페미니즘 영화 이론의 대표적인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책. 이 책은 저자인 쇼히니 초두리가 단순히 이 네명의 사상가의 주요 저작과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들의 이론을 둘러싼 전후 맥락을 함께 설명함으로써 독자가 페미니즘 영화 이론의 전체적인 계보와 경향을 그려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접근방식 덕분에 정신분석학이나 기본적인 영화 이론과 같은 이들 사상의 배경에 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독자도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페미니즘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오늘날, 관심을 두고 읽어봐야 할 좋은 입문서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
시드니 루멧 지음 / 비즈앤비즈 펴냄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시드니 루멧이 자신의 작업 과정에 관해 쓴 회고담을 담은 책.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자서전처럼 자신의 일대기를 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제작 과정에 맞춰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루멧은 시나리오 선택부터 캐스팅과 프로덕션 과정, 촬영, 편집을 비롯한 후반작업에 이르기까지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소개하며 그 흐름에 맞춰 자신의 작업기를 들려준다. 덕분에 이 책은 고전기 할리우드에서부터 현대영화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작업을 이어왔던 한 거장의 에세이이면서 동시에 그 어떤 이론서보다도 영화 제작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설명한다.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로버트 맥키 지음 / 민음인 펴냄
“할리우드에서 로버트 맥키의 세미나 수업을 듣지 않은 유명 인사는 스필버그밖에 없다”라는 말을 들을 만큼 스토리텔링에 관한 강연으로 명망이 높은 로버트 맥키가 시나리오 창작에 관해 쓴 책이다. 미국의 주요 영화학교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는 책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시나리오 작법서 중 하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라고 강조하며 일반적인 글쓰기와 다른 시나리오 쓰기의 차별점에 관해 상세하게 짚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다. 올해 로버트 맥키가 쓴 후속작 <Dialogue: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도 번역되어 소개되었으니 함께 살펴봐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