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 Poison
토드 헤인즈 | 미국 | 1991 | 85분
<독약>은 <벨벳 골드마인>으로 국내에 알려진 미국 뉴퀴어시네마의 기수 토드 헤인즈의 장편 데뷔작. 호러, 실험영화, 다큐멘터리와 SF가 뒤섞인 기묘한 영화다. 성욕의 근원이 되는 호르몬을 발견하고 과다 복용한 뒤 질병에 시달리는 과학자, 동성애에 집착하는 감옥의 죄수, 그리고 아버지를 살해한 뒤 자신을 둘러싼 세계 밖으로 날아가버린 아이. 별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이 세 가지 이야기들은, 남성 중심적인 이성애 문화에 독약처럼 퍼져있는 억압을 드러내는 기제란 점에서 하나의 그림을 이룬다. 엄마를 폭행하는 아버지를 없애고 싶었던 아이는 욕망을 실현하지만, 자신을 용납할 수 없는 세상에서 이탈해버린다. 성적 힘과 함께 질병을 얻은 과학자는 마음과 달리 상대를 죽이는 방식으로 사랑을 나눌 수 밖에 없다. 성적인 강박과 억압에 대한 은근하고도 기묘한 진술을, 토드 헤인즈 특유의 리듬감 있는 카메라워크로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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