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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 데이
2002-04-17

DVD/메인과단신

Training Day 2001년, 감독 안톤 후쿠아 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타이어, 인도네시아어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화면포맷 아나모픽 2.35:1 지역코드 3 출시사 워너

4월만 되면 정말 온갖 잡지들이 아카데미상 시상식 결과에 관련된 기사들로 도배를 한다. 올해는 특수한 결과라 그런지 특히 심해서 온통 할리 배리, 아니면 덴젤 워싱턴에 관한 기사뿐이다. ‘모두들 기사 마감시각을 용케도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시점에 맞춰놓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러다가 문득, 두 흑인 배우에게 주연상 트로피를 안겨준 영화들을 아직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몬스터스 볼>이야 아직 국내 개봉이 안 됐으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덴젤 워싱턴이 주연한 <트레이닝 데이>를 못 봤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의외였다. 이런저런 관련 기사들을 많이 접하다보면 안 보고도 마치 본 듯한 착각이 생길 수도 있다더니, 극장에서 놓쳤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그냥그냥 넘어갔던 것이다.

그렇게 아카데미 시상식을 계기로 찾을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조차 당연하다는 듯이, 얼마 전 <트레이닝 데이>가 DVD로 출시되었다. 그런데 막상 DVD를 손에 넣자 한 가지 불안감이 온몸을 잠식했다. ‘덴젤 워싱턴이 악역으로 나오는 심오한(?) 형사물이라면, 혹시 전체적으로 칙칙한 느낌의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레이닝 데이> DVD 감상을 시작한 지 10여분이 지나면서, 나의 우려는 여지없이 깨져나갔다. 무엇보다 영화가 스토리의 빠른 전개와 함께, 배경이 되는 단 ‘하루’ 동안의 시간 흐름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햇볕’을 비롯한 빛의 효과를 극단적으로 부각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빛의 향연이 또렷한 DVD의 화질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칙칙하기는커녕 일정 부분에서는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킬 만큼 ‘쨍’한 화면을 여지없이 보여주기까지 한다.

특히 이른 새벽을 기점으로 시작해 아침 10시경으로 시간이 흘러가면서, 차츰 햇살이 화면 가득히 퍼지는 모습은 눈이 부실 정도다. 또한 마약을 흡입한 에단 호크의 몽롱한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빛이 번진 차창과 뜨겁게 달아오르는 거리의 모습도 비슷한 종류의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영화 자체의 뛰어난 빛 처리와 DVD의 화질이 만나 만들어진 이런 <트레이닝 데이> DVD 특유의 매력은 서플먼트에 수록되어 있는 ‘제작 다큐멘터리’와 ‘또 다른 엔딩’ 코너에서 보이는 촬영장면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빛난다. 두 화면 속의 빛과 어둠 그리고 배우들의 실제 피부톤이 본편 영화 속의 것들과는 너무나도 달라, 마치 같은 요소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여하튼 <트레이닝 데이> DVD는 기대했던 덴젤 워싱턴의 탁월한 연기와 함께 그 예민한 화질만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타이틀이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트레이닝 데이>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