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개봉 전 <씨네21>과의 인터뷰 현장에서의 최민식.
무려 18년 만이다. 정지우 감독과 배우 최민식이 같은 영화에서 조우한 건. 1999년, 새로운 세기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교차하던 세기말의 한국에서, 최민식은 전도유망한 청년 감독 정지우의 장편 데뷔작 <해피엔드>에 출연했다. 단지 행복하고 소박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을 뿐이었던 중산층 남성, 민기의 추락과 절망이 최민식의 허망한 얼굴에 아로새겨졌다. 모든 것을 잃은 민기가 억눌러 왔던 분노를 폭발하는 <해피엔드>의 결말은 당대의 한국영화, 어쩌면 지금의 한국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굉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민기의 선택을 이해할 순 없지만 연민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최민식 덕분이었다. 언젠가 그는 “나쁜 놈이든 좋은 놈이든 뚝 떨어져서 보면 모두가 다 측은하다”며 배우로서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이 세상에 대한 연민임을 말한 적 있다. “훨씬 더 깊어졌지만 내면의 맹렬함은 여전했다. <해피엔드>의 민기를 선배가 지금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기가 막히게 슬픈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침묵>으로 최민식과 재회한 정지우 감독은 말했다. 인간을, 세상을 연민할 줄 아는 배우의 여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