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달라서 좋거나, 너무 달라서 거리감을 느끼거나. <브이아이피>에서 잔혹한 연쇄 살인마로 분한 이종석의 모습을 본 관객이라면, 영화나 그의 캐릭터 선택에 대한 호오와 상관없이 그의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특히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는 작품 면에서나 캐릭터 면에서나 <브이아이피>와 양극단에 서 있는 작품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는 바로 그 이유로 10대라는 나이에 비해 철이 빨리 든 소년이었다. 수하는 그보다 10살 많은 변호사 장혜성(이보영)의 속내를 헤아리고 상대에게 부담 없는 위로를 전할 줄 알고, 자신의 감정은 앞세우지 않는 성숙한 아이다. 비슷한 시기 그가 출연한 나랑드 사이다 광고에서 역시 이종석은 마음을 섣불리 고백하는 대신 여학생과 조심스럽게 눈높이를 맞추며 책상에 머리를 기댔다. 여자에게 폭언을 하며 무언가를 강요하는 남자 캐릭터들이 ‘츤데레’라든지 ‘나쁜 남자’라 불리며 브라운관에서 인기를 얻던 시절, 이종석이 연기한 소년들은 사랑하는 여자는 물론 누구에게도 나쁜 짓을 하지 못할 것 같아 신선하고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