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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H>조승우, 무표정 연기의 시작
이화정 2017-08-10

6명의 여성을 무자비하게 죽인 연쇄살인범 신현. 신현이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며 제 발로 감옥에 들어온 이후에도 엽기적인 살인행각은 끊이지 않는다. 이종혁 감독의 <H>(2002)는 ‘살인비가’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로 돌아다니던 때부터, 범죄 스릴러와 고어를 접목한 흔치 않은 시도로 당시 충무로의 뜨거운 기대작이었다. 신현의 카리스마를 ‘감당할’ 캐스팅도 관건이었다. 당시 청춘배우의 상징이었던 조승우가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와니와 준하>(2001)에서 영민, <후아유>(2002)에서 형태. 소년과 청년 사이, 그를 상징하던 풋풋한 미소를 일거에 거두고, 조승우는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무표정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H>는 이후 <하류인생>(2004), <타짜>(2006), <내부자들>(2015) 등 폭넓은 그의 연기의 서막을 알리는 도전으로 기억된다. 영화에 대한 평가와 흥행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미스터리한 신현의 마음을 표정으로 조율한 조승우는 그렇게 막강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한다. 감정에 무감한 황시목 검사(<비밀의 숲>)의 미묘한 표정에서, 신현을 연기했던 그때의 조승우의 도전을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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