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 나는 <배틀로얄>의 화면을 보며 아름답다는 착각을 하는 건 분명 42명의 ‘꽃보다 아름다운’ 미소녀, 미소년들 때문이다. 냉혹한 세상과 교육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에 간담이 서늘해질 무렵 “사실… 나, 너 좋아했잖어” 같은 안타까운 고백을 남기고 죽어가는 소년, 소녀들의 사정을 듣고 있자면 마음 한켠이 싸해진다. <배틀로얄>은 아이돌 스타의 요람으로 시바사키 코우 같은 많은 아이돌 스타들을 배출해냈고 42명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따라하는 <배틀로얄> 코스프레는 큰 인기를 얻었다.
남자 15번 나나하라 슈야 역 . 후지와라 타츠야 . 1982년생
<배틀로얄>에서 여학생들의 흠모를 한몸에 받고 있는 슈야 역의 후지와라 타츠야는 TV광고나 드라마를 통해 성장한 다른 출연자들과 달리 연극계가 배출해낸 신성이다. 1997년 연극 <신도쿠마루>의 주연을 뽑는 오디션으로 데뷔하여 같은 해 10월 영국 런던공연에서 현지 신문과 매스컴의 극찬을 받았던 타츠야는 그뒤 연극무대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이며, 99년 신인상에 이어 최연소로 최우수 배우상을 수상했다. <천국의 키스> <당신이 가르쳐 준 것> 등 주로 학원청춘물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었고 연극 <근대 가면극집>으로 2001년 다시 런던무대에 서기도 했다. <가면학원>으로 영화에는 처음 출연했고 <배틀로얄>의 연기를 인정받아 2001년 일본아카데미 우수주연상과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여자 15번 나카가와 노리코 역 . 마에다 아키 . 1985년생
작은 체구에 수줍은 미소로 슈야의 사랑뿐 아니라 다케시 선생의 각별한 보호까지 받는 노리코 역의 마에다 아키는 7살에 광고로 데뷔,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 성장한 케이스. 보호본능을 일으킬 만큼 가녀린 외모의 아키는 국내에도 상당수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영화 <천년의 사랑 히까루겐지 이야기>에서 작가 겸 등장인물인 무라사끼 시끼부의 외동딸로, 유미리의 원작을 시노하라 테츠오 감독이 영상화한 <여학생의 친구>에서는 노인과 불가사의한 우정을 나누는 소녀로 등장했다. 국내 개봉된 <하나코>의 주인공 마에다 마이는 마에다 아키의 언니로 <배틀로얄>에서는 기타노 다케시의 딸로 전화상에서 목소리 출연했다. <배틀로얄>로 24회 일본아카데미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남자 5번 카와다 쇼고 역 . 야마모토 타로 . 1974년생
전 BR전투의 승자였지만 죽어가던 여자친구가 남긴 미소의 뜻을 알기 위해 다시 전투에 참가한 전학생 쇼고는 노리코와 슈야를 돕는 가장 든든한 친구다. ‘전학생’답게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다소 고령인 야마모토 타로는 90년에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뎠고 TV버라이어티쇼와 드라마에서 주로 활약했다. 91년도 영화 <대타교사>로 영화계에 데뷔했고 <배틀로얄>에 이어 출연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GO>에서는 주인공인 구보즈카 요스케에게 무모한 지하철 달리기시합을 제안하는 엉뚱한 학교선배로 출연했다. 오는 4월부터는 <NHK> 시대극 <오미야>에 등장하며 재일교포 김수진의 소설을 각색한 한일합작 영화 <밤을 걸고>에 출연할 예정이다.
여자 11번 소마 미츠코 역 . 시바사키 코우 . 1981년생
낫으로 친구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악녀 미츠코. 그러나 “난 그저 빼앗는 쪽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라는 유언에 가까운 고백을 듣고 있으면 그녀 역시 희생자였음을 알게 된다. 81년생이라는 어린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만큼 어른스런 용모를 가진 시바사키 코우는 일본의 떠오르는 아이돌 스타. 어린 시절부터 배구선수로 활약하며 다져진 탄탄한 몸매와 소설부터 경제학, 철학, 심리, 환경에 이르기까지 잡학다식한 머리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폰즈의 화장품 모델로 CF계에 얼굴을 알렸고 <동경공략>에 이어 <GO>에서는 재일한국인을 사랑하는 일본인 여학생으로 등장해 풋풋한 매력을 풍긴다. <사운드 트랙>(2001)에서는 일본 그룹 루나시의 멤버 스기조의 죽은 여동생이자 그 동생과 똑같이 닮은 소녀로, 1인2역을 맡았으며 최근작 <화장사>(化粧師)에서는 배우지망생으로 출연했다.
남자 6번 키리야마 카조우 역 . 안도 마사노부 . 1975년생
강렬한 눈빛이 전하는 분노 외에는 대사 한마디 없이 살인광 같은 무차별공격을 해대는 의문의 전학생 카조우는 꽤나 익숙한 얼굴이다(그렇다, <키즈 리턴>의 그다!). 96년 “공부하는 마음에서 본” <키즈 리턴> 오디션에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눈에 띄어 프로복서를 꿈꾸는 주인공 신지 역에 발탁되었던 안도 마사노부는 <키즈 리턴>으로 일본 아카데미상을 시작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철도원>에서는 후반부 이태리식당을 차릴 거라고 말하던 젊은이로 출연했고 <스페이스 트레블러>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소마이 신지 감독의 옴니버스 <귀여운 사람>에 출연했으며 <TBS> 드라마 <친구의 애인> <성자의 행진> <푸른시절>뿐 아니라 광고출연으로 부동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자 13번 치구사 다카코 역 . 쿠리야마 치아키 . 1984년생
“니 앞에서 영원히 달릴 거야” 노란 체육복 사이로 드러나는 긴 목과 뱅스타일의 헤어컷, 좋아하는 남자친구의 품에 안겨 가장 로맨틱한 최후를 맞이하는 치구사 역의 쿠리야마 치아키는 마에다 아키처럼 5살 때 극단에 입단했던 아역배우 출신 스타. 광고모델로 처음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그녀는 “챌린지(도전)”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하며 수영, 발레, 육상 등 못하는 스포츠가 없는 스포츠우먼이다. 그러고보면 <배틀로얄>의 달리기 주자 역도 꽤나 어울리는 선택인 셈. 국내에 개봉했던 나카사키 순이치의 <사국>에서는 첫사랑 후미야를 잊지 못해 환생하는 사요리 역을 맡았고 후지와라 타츠야와 함께 <가면학원>에 출연했다.
백은하 [email protected]▶ <배틀로얄>, 그 폭력과 피와 결핍의 아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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