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누르질 못했다. 어서 빨리 저 환상의 세계로 진입하고 싶었건만, 멍하니 소파에 앉은 채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쭉 들어버렸다. 나는 지금 ‘들었다’가 아니라 ‘들어버렸다’라고 썼다.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건 내가 이 음악의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곡의 주인공은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 제목은 <All Along The Watchtower>다. 밥 딜런이 쓰고 노래한 것을 지미 헨드릭스와 그의 밴드가 커버해 1968년 세상에 내놓았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이 곡을 다시 만나게 된 건 게임 <마피아3> 덕분이었다. 게임을 플레이하자마자 이 곡이 딱! 하고 흘러나오는데, (이미 익숙한 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어쨌든,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1장의 ‘앨범’을 끝까지 듣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어느새 우리는 1개의 ‘곡’마저도 온 신경을 집중해 청취하는 경험을 박탈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이다. 비단 이 곡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흘려듣지 말고, 그 음악에 자기 내면의 포커스를 온전히 맞추어 감상해보기를 바란다. 이미 알고 있던 곡이 ‘완전히 다르게’ 들리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All Along The Watchtower>는 지미 헨드릭스가 반전(反戰)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 각종 효과음을 사이키델릭 록의 구성 속으로 몰아넣은 작품이다. 이를 통해 사운드만으로도 마치 총과 포탄이 눈앞에 날아다니는 듯한 풍경을 강렬한 톤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단, 완전히 집중해서 듣는 경우에 한해서.
[마감인간의 music] 포로가 되다 -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 <All Along The Watchtower>
글 배순탁(음악평론가)
2017-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