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너마저(Broccoli You Too)의 음악을 들은 게 벌써 10년 남짓 되었다. 지금 내 30대의 노래를 고르라고 한다면 브로콜리너마저가 되지 않을까. 11월18일 발매한 <단호한 출근>은 여러모로 지난 2010년 발매한 정규 2집 《졸업》의 첫 트랙, <열두시 반>을 떠올리게 한다.
<단호한 출근>에 앞서 지난 6월 발매한 《천천히》와 그들이 공개한 주석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 중에는 유독 ‘돌아가는 길’에 관한 가사가 많습니다. 대부분 유쾌하지 못한 상황들과 감정들을 담고 있지만, 그만큼 그 순간에 느껴지는 무언가가 참 많고도 무겁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혼자 드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덕원(보컬)의 담백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내뱉은 것처럼 <단호한 출근>은 그 모든 생각의 밤을 넘어선 이 시대 아침 출근길의 젊은이들을 묘사한다. ‘단호하게 마음을 먹고 출발할 시간/ 아니 망설이지 않고 움직여야만 벗어날 수 있는 정체된 이 길/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삼켜봅니다/ 도달하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하기엔 너무 피곤한 시간.’
쓸쓸한 느낌의 기타 선율에 맞물리는 가사를 듣고 ‘어쩐지 내 얘기 같다’고 반복하여 들은 젊음이 비단 내 주변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짧고 화려하게, 혹은 허무하게 보여주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안의 삶처럼 부질없다고 느껴지는 날, 지금껏 이 4인조 밴드가 발표한 음악 궤적은 여전히 고민하는 삶을 꾸역꾸역 영위하는 이 땅위 사람들과 이인삼각처럼 걸어간 발자국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