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생 윤주(이상희)는 졸업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고물상을 찾았다가 또래의 지수(류선영)를 본다.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지수를 눈에 들인 윤주다. 우연한 재회에서 윤주는 곤경에 처한 지수를 돕고 둘은 말을 섞는다. 연락과 만남을 잇던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한다. 연애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친구의 집에서 월세를 내며 지내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윤주는 연애의 시작과 함께 애인 지수의 자취방으로 가서 온기라는 걸 느껴본다. 지수를 향한 자신의 감정이 낯설지만 그것이 윤주를 경계 없이 웃게 한다. 자기 속내를 쉬이 꺼내 말하기보다는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었다 하나씩 내보이는 윤주와,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를 알고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지수.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은 그렇게 한겨울의 냉기를 가르며 서로의 체온을 나눈다.
이현주 감독의 장편 데뷔작 <연애담>은 연애의 시작과 잠정적 종결의 순간까지를 담담히 따르며 인물들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특별한 사건도 그 흔한 소동도 없다. 그저 두 여성이 몸을 섞고 시선을 나누고 대화를 하며 사랑할 뿐이다. 그 사이로 윤주와 지수 각자의 현실적 고민이 고개를 든다. 윤주는 졸업 전시로 인정받아야 하고 자신의 불안정한 미래와 마주한다. 지수는 밤 늦은 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독립 생활을 유지하지만 이제 곧 아버지가 사는 집으로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의 주변 친구들도 일과 연애와 주거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연애담>은 20, 30대 여성들과 그 또래가 겪는 비슷한 세대적 고민 속에서 나온 연애담이다. 윤주와 지수의 관계 변화를 감지하게 되는 징후들은 그들이 사는 공간이 어디냐를 주목할 때 보다 잘 보인다. <철원기행>으로 제5회 사할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배우 이상희의 묵직한 연기와 첫 장편작임에도 에너지를 한껏 뿜는 배우 류선영이 윤주와 지수를 완성해냈다. 여성들간의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여성은 자기를 속이고 조심해야 할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현실을 세밀히 묘사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