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상을 타면 기분이 어떨까? 유명인이 되어 할리우드 셀러브리티들이 아는 척하고 팬들의 인증숏 공세가 시작된다면? 보통 사람이라면 조금 피곤하긴 해도 내심 기뻤을지 모른다.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인 저스틴 버넌은 그렇지 않았다. 생애 처음 맛본 유명인의 위치가 좋기는커녕 괴로웠다.
5년 만의 신보 《22, A Million》은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그래서일까, 흔히 메인스트림 진입 뒤에 발표되는 앨범들과 달리 대중성의 강화나(전통적인 의미의) 음악적 성숙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수수께끼로 남길 원했다. 곡 제목부터가 알쏭달쏭하다. <22 (Over S∞∞N)> <10 d E A T h b R E a s T> <33 “GOD”>처럼 명료한 의미보다 모호한 이미지가 되길 원했다. 팩트 매거진은 이렇게 평했다. “지금까지 본 이베어가 숲속에 홀로 있는 우울한 남자의 이미지였다면, 《22, A Million》에 와서는 더 깊은 숲속으로 아예 사라져버렸다.”
음악적으로도 《22, A Million》은 기존 팬들이 낯설고 생경하게 느낄 앨범이다. 기타 중심의 아름다운 포크송에서 벗어나 샘플러를 활용한 일렉트로닉 작법을 적극 시도했다. 예전엔 기타를 치며 곡을 썼지만 이번엔 샘플러에 허밍 멜로디를 녹음해놓고 이리저리 변형하며 곡을 구상했다고 한다. 불협화는 물론이고 고장난 소리처럼 툭툭 끊기는 구간도 있다. 제2의 <Holocene>을 기대한 분이라면 ‘이게 뭐야?’ 하고 놀랄 것이다. 버넌은 이렇게 말했다. “다소 급진적으로 들리길 원했다.” 이렇게 변화 폭이 큰 앨범은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