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화라고 하면 뇌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을 것이다. <오토헤드>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뉴욕필름아카데미를 졸업한 로힛 미탈 감독은 고향 뭄바이로 돌아가 첫 장편영화를 찍었다.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돌아가는 할리우드 시스템은 처음부터 내게 맞지 않았다. 영화를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지 않고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믿는다.” <오토헤드>는 기존 영화계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반영한 영화다. 모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인도의 택시 드라이버를 취재하는 한 다큐멘터리팀의 시선을 따라간다. 얼핏 인도 빈민가의 삶을 알리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이지만 주인공의 정체가 드러날수록 다큐멘터리팀이 찍고 있는 것 또한 하나의 허상임을 냉소적으로 풍자하는 영화다. “발리우드는 실제보다 과장된 일종의 쇼다. 잘생기고 돈 많은 사람들이 걱정 없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오랜 기간 인도인들을 세뇌시켜왔다. 독립영화 감독들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들은 가난한 계층의 이미지를 소비해 감정적으로 조작된 자기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야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토헤드>는 인도영화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자기비판적인 형식을 통해 양쪽 진영 모두를 비판한다. 이처럼 날선 접근이 가능했던 건 시스템 바깥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로힛 미탈 감독은 영화제의 지원이나 스튜디오의 투자 없이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절반은 자체적으로 마련했고 절반은 프로듀서가 투자를 끌어왔다. 궁극적으로는 감독이 투자와 제작의 기준이 되는 환경을 마련하고 싶다.” 첫 영화임에도 기획과 제작 과정 전반에 걸쳐 자신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는 그의 자신감은 결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장 뤽 고다르를 존경한다. 그는 여전히 영화적인 활력으로 가득차 있고 영감을 주는 대상이다.” 마틴 스코시즈의 <택시 드라이버>(1976)에 바치는 오마주이기도 하다는 <오토헤드>가 차용한 모큐멘터리 형식은 우리에겐 비교적 익숙하지만 인도영화계에서는 여전히 낯선 시도다. “해볼 만한 건 이미 다 해봤다는 말이 나왔을 때마다 새로운 길이 열렸다. 그게 바로 영화의 역사다.” 영화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해본 적 없다는 그는 앞으로도 형식의 경계를 넓히는 도전을 하겠다고 말했다. 로힛 미탈 감독은 때론 지탄받을지라도 새로움에 도전할 용기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 그 행보가 앞으로 관객의 동의와 이해를 얼마나 이끌어낼지 지켜보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