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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골목 서교동: 카페 창비, 하노이 바게트, 분식살롱 등등
글·사진 김송희(자유기고가) 2016-06-06

거기 사는 사람들이 추천한 집

양옥집 담장 밖으로 흐드러진 붉은 장미 넝쿨, 아스팔트 사이로 조금씩 돋아난 푸른 들풀은 서교동 골목에도 여름이 왔다는 걸 알린다. 인테리어보다 재료에 신경 쓰는 동네 빵집, 대놓고 ‘우리 동네 옷집’이라고 간판을 내붙인 가게와 30년은 족히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은 세탁소와 부동산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자리한다. 웬만한 출판사 사옥들은 죄다 모여 있어 점심시간이면 (출판인처럼 보이는) 직장인들이 몰려나와 백반집이나 가정식을 파는 카페로 삼삼오오 흩어진다. 북적이는 망원역과 합정역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싸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식당과 카페가 숨어 있다. 그중에서도 이 동네에 상주하는 사람들이 추천한 공간들을 모아봤다.

카페 창비 & 창비학당

파주에 있던 본사를 일부 서교동으로 옮긴 창비의 사옥은 서교동에 위치한다. 1층에는 창비 카페, 지하에는 컨퍼런스 홀이 있어 창비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1층 카페는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인데, 창비에서 나오는 책과 계간지를 볼 수 있고, 은은한 조명과 1인 테이블이 책 읽기에 최적이다. 2016 맨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창비에서 나온 책인지라 카페 곳곳에 작가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책을 읽다 허출해지면 ‘꽃밀’에서 만든 채식 빵(두부피자롤 강추)을 사먹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 다른 북카페에 비해 테이블이 많지 않고, 도서관처럼 공간이 구성되어 있어 간간히 딴짓도 하며 공부하기에 좋은 북카페다.

창비학당은 같은 건물 지하에서 강연을 진행한다. 인문사회 분야 서적이 강한 창비답게 학당 주제가 ‘나와 세상을 바꾸는 인문교육’이라고 한다. 지난 2월 문을 열었고 창비학당 2기가 5월부터 시작되었다. 유명 작가들의 강연은 빨리 마감된다고 하니 강연에 관심이 있다면 자주 홈페이지에 들러 일정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2기 수업 중에서는 소설가 조해진의 <소설이라는 우주선: 기획에서 퇴고까지>와 <김영란 전 대법관과 함께 읽는 법과 민주주의> 수업이 인기 강좌. changbischool.com/main.do 카페창비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1시(일요일은 9시 오픈)

하노이 바게트

베트남 샌드위치를 ‘반미’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파는 데가 많지 않다. 베트남 하면 쌀국수보다는 반미지! 라고 생각하는 찬양론자에게 하노이 바게트는 택배 아저씨 전화만큼 반가운 가게. 이곳의 바게트는 베트남 길거리에서 파는 빵처럼 겉이 적당히 딱딱하고 바삭해 속 재료와 잘 어우러진다. 빵 속에는 야채와 고기가 숨 쉴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 있고, 고수도 듬뿍 들어 있다. 하나 만들 때 시간이 오래 걸려 한 사람이 3개 이상 주문할 수 없다. 고수는 선택 사항이니 싫어한다면 주문 시 빼달라고 하자. 호주 유학 시 학교 앞에서 팔던 반미를 즐겨 먹었던 사장님이 한국에 와서 ‘내가 먹고 싶어서’ 차린 가게. 바게트 빵도 직접 굽는데, 하루 판매량이 많지 않아 다 팔리면 문을 닫는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소진 시까지 /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68-1

콜마인

분식살롱 바로 앞집인 콜마인은 1층인데도 어쩐지 반지하처럼 숨어 있다. 반쯤 열린 까만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당이 있고 그 안에 아늑하게 숨어 있는 카페다. 홍대 대로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지만 여기만 잠깐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다. 발에 채일 만큼 흔해진 게 예쁜 카페라지만, 콜마인은 딥카푸치노, 슈가마키아또를 먹기 위해서라도 다시 찾을 만하다. 차갑게 내린 콜드브루와 드립커피 역시 감도 높은 진한 커피가 생각날 때 주문하는 메뉴. 머그컵이 예뻐 ‘어디서 사셨냐’고 했더니 직접 만든 거라 판매는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카페를 채우는 커피 향을 비롯한 모든 집기와 낮은 조도까지, 하나의 컨셉으로 잘 정돈된 공간이다. 영업시간 평일 오전 8시30분~오후 11시/주말 오전 11시~오후 11시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73-5

분식살롱

분식살롱은 간단하게 한끼 때우고 싶지만, 맛없는 건 싫은 미각인들에게 사랑받는 분식집이다. 다른 데서는 먹을 수 없는 계란김밥과 국물떡볶이가 추천 메뉴. 계란 지단을 잘게 썰어 듬뿍 넣은 ‘마포구 양계협회 계란김밥’은 향부터 계란의 존재감이 엄청나다. 국물떡볶이는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류준열 닮은 친구 형이 솜씨를 발휘해 만들어준 것 같은 맛. 비엔나소시지, 오뎅, 밀떡이 오묘한 조화를 이뤄서 중독성이 강하다. 가격까지 착해서 계란김밥은 2천5백원, 하와이안 참치김밥은 3천원, 국물떡볶이는 3천원이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저녁 9시30분 /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95-7

계절 담은 디저트

카페 인테리어에서부터 계절감이 묻어난다. 봄에 카페 앞을 지날 때에는 꽃이 피어 있었는데, 여름에 갔더니 푸른 나무들이 천장을 채우고 있다. 계절에 맞는 타르트와 케이크를 만들고, 계절 과일을 갈아 생과일주스도 파는 카페다. 북적이지 않고 조용하다는 것도 이 카페의 장점. 봄과 초여름에는 오렌지 타르트와 썸머라떼가 주력 상품. 여름에는 생망고를 갈아 망고주스를 판매할 예정. 레몬과 오렌지 계열의 디저트가 특히 맛있었는데, 너무 달지 않고 과즙향이 흠뻑 묻어나 입안이 상큼해졌다. 덕분에 올해 여름은 이곳에서 이르게 맞이한다.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0시 /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74-3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