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이 찾은 <꽃잎>의 ‘그날 그 거리’ 촬영현장. 9시간에 이르는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1만여명의 광주 시민이 자리를 지켰다.
고작 36년이 지났을 뿐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방침에 수많은 시민이 모욕감을 삼켜야 하는 2016년 5월18일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어떻게 기록될까. 한강 작가가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이라 표현했던 광주. 유시민 작가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영원한 기일”이라 불렀던 5월18일. 우리에게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1995년 10월1일 광주 금남로에서도 영화와 현실이 교차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광주 시민의 협조로 진행된 <꽃잎> 촬영현장은 단지 영화적 재현을 넘어 역사를 대하는 자세에 관한 또 하나의 기록이라 할 만하다. 5천여명의 엑스트라와 1만여 시민이 모여 만든 ‘그날 그 거리’에는 잊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진실들을 필름에 새겨놓았다. 장선우 감독이 “우리 현실의 저 밑바닥으로부터 일어나는 영화, 민족을 위한 민중의 영화”라는 방향을 잡고 완성한 <꽃잎>. 이 한장의 사진 너머로 여전히 그날 광주의 목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