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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기적 이야기의 또 다른 반복 <미라클 프롬 헤븐>

크리스티(제니퍼 가너)와 남편 케빈은 텍사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 세딸과 함께 산다. 종교를 빼놓고 이들의 삶을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다. 교회에 가는 건 주말마다 빼놓을 수 없는 가족 행사 중 하나이며, 크리스티가 딸들의 방에 들러 무슨 기도를 했는지 묻는 것은 매일 밤 빼놓을 수 없는 ‘굿나이트 의례’다. 어느 날 새벽, 잠을 자던 크리스티는 둘째딸 애나(카일리 로저스)가 애타게 부르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깬다. 달려가보니 애나는 배를 움켜쥔 채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 응급실에 실려간 애나는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곧 퇴원한다. 그러나 애나의 몸에는 분명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애나의 배는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가고, 소화기능에도 장애가 나타난다. 크리스티는 저명한 의사를 만나기 위해 애나와 함께 무작정 보스턴으로 향한다.

영화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람이 기적을 만든다는 것이다. 영화는 크리스티와 애나가 기적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사람들의 덕을, 관객이 행여 놓칠세라 한번 더 강조한다. 그런데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것은 종교다. 어려운 상황에 빠진 뒤 냉담하던 신자가 기적을 체험하고 다시 신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영화의 숨은 줄거리다. 원인 모를 병에 걸린 소녀가 우연히 나무에서 떨어진 뒤 완치된 거짓말 같은 실화는 성경 속 수많은 기적 이야기의 또 다른 반복으로 수렴되어버린다. 이는 기적이 가질 수 있는 다층적인 의미를 도리어 축소한다. 드라마의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주인공의 과잉된 감정 연기는 오히려 관객과의 감정적 공유 지대에 경계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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