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은 예닐곱권의 책을 쓴, 저술가이며 인권운동가다. 그녀는 다른 여성들에 비해 자기 의견을 주장할 기회가 비교적 많은 편임에도 ‘너는 나보다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를 거’라는 태도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남성들을 자주 마주친다. 어느 날 파티에서 만난 남자도 그랬다. 그는 솔닛의 말을 딱 자르고 “올해 마이브리지에 관해 중요한 책이 나왔다는 거 압니까?”라며 장광설을 펼쳤다. 그 중요한 책에 대해 그 남자는 한참을 떠들었는데 사실 그 책을 쓴 사람이 바로 리베카 솔닛이었다. 그녀의 친구가 ‘그게 바로 이 친구 책’이라고 지적을 세번쯤 하고 나서야 얼굴이 잿빛이 되어 그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최근 겪은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하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는 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도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하며, 직장 내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신뢰받지 못하는 여러 사례가 등장한다. “여자는 너무 똑똑하면 안 된다.”던 삼둥이 할머니가 총선에서 패배한 후 읽으니 문장들이 더욱 강하게 꽂힌다. 제발 그 입 좀 다물라고, 우리도 늬들보다 잘 안다고 속 시원하게 일침을 놓는 책과 함께 탄산이 강한 맥주를 단숨에 들이켜보자. 남자라는 성을 한 아빠, 애인, 선생님, 선배 때문에 답답했던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
술을 부르는 문장
남자들은 아직도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그리고 내가 알고 그들은 모르는 일에 대해서 내게 잘못된 설명을 늘어놓은 데 대해 사과한 남자는 아직까지 한 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