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캐롤인가, 루니 마라가 연기한 테레즈인가. 어리석은 질문이다. 영화를 본 사람뿐 아니라 보지 않은 사람도 짐작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주인공이다. 은 이들의 사랑 이야기니까. 그런데 제목은 ‘캐롤’이다. ‘캐롤과 테레즈‘가 아니다. ( 비슷한 전개가 될 뻔했지만) 원작 소설을 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클레이 모건이라는 필명으로 출간했었다)는 캐롤이라는 매혹적인 여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혜리 기자의 글에서 단서가 발견된다.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백화점 판매원으로 아르바이트하다가 한 우아한 부인에게 매혹된 체험을 토대로 의 원작 소설을 썼다. 하이스미스는 문제의 여성과 직접 재회하지는 않았지만 어디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 조사하고 한동안 뒤를 밟았다고 한다. 스토킹은 범죄소설가 하이스미스의 단골 모티브이기도 하다.” - 1041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원작을 쓴 하이스미스가 그랬듯이 영화를 연출한 토드 헤인즈도 캐롤은 누가 보아도 매혹적인 여성이어야 했다. 그 캐롤을 연기한 배우가 케이트 블란쳇이다. 관객들은 마치 테레즈가 그랬듯 캐롤, 케이트 블란쳇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영국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호주 출신인 케이트 블란쳇이 출연한 영화 5편을 소개한다.
1. 블루 재스민
우디 앨런 감독의 2013년 영화 은 케이트 블란쳇에게 두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작품이다. (첫번째는 2004년 )그녀는 뉴욕의 상류층의 삶을 살다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돼 샌프란시코에 사는 여동생의 집에 얹혀사는 재스민을 연기한다. 에 출연한 케이트 블란쳇은 흥미로운 얘기를 전했다. “내가 연기한 재스민은 바로 우디 앨런 자신이다. 그는 사실 재스민 역을 직접 하고 싶어 했지만, 여자라서 내가 한 것이다.” 또 이렇게도 덧붙였다. “그는 여성 캐릭터에 여전히 깊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은 한 여자의 감정적, 심리적 한계를 극단으로 밀어붙인 영화다.” 우디 앨런 팬들이라면 당연히 봤을 테지만 아직 보지 못했다면 꼭 보시길.
2. 아임 낫 데어
밥 딜런은 남자 아닌가? 맞다. 그런데 케이트 블란쳇이 밥 딜런을 연기한 작품이 다. 그녀만 밥 딜런을 연기한 건 아니다. 고(故) 히스 레저, 리처드 기어, 크리스찬 베일, 벤 위쇼 등이 밥 딜런을 연기한다. 영화평론가 듀나가 2008년 쓴 글에 에 출연한 케이트 블란쳇에 대한 내용이 있다. “케이트 블란쳇이 에서 연기한 밥 딜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그냥 기계적인 것 같습니다. 저처럼 10년 가까이 팬이었던 사람은 블란쳇이 놀라울 정도로 그럴싸하게 밥 딜런의 매너리즘을 흉내낸 것에 경탄하며 무조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겠죠.” 듀나는 케이트 블란쳇을 “아주 희귀한 종류의 배우”라고 소개한다. “변신에 능한 주연급 할리우드 여성 스타”로 규정하면서 그 같은 여성 배우가 딱 한명 더 있다고 한다. 바로 메릴 스트립이다. 참, 는 을 연출한 토드 헤인즈 감독 영화다.
3. 엘리자베스
아마도 케이트 브란쳇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역이 아닐까. 엘리자베스 1세. 1998년 작품인 는 그야말로 케이트 블란쳇 그 자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다음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여우주연상에 후보가 올랐지만 에 출연한 기네스 팰트로가 트로피를 받았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에 분통을 터뜨렸다. 케이트 블란쳇은 에서도 엘리자베스 1세를 연기했다.
4. 반지의 제왕 시리즈
케이트 블란쳇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 중에는 분명 ‘여신’이 있다. 아니면 엘프! 그녀의 우아함은 여신 혹은 요정급이다. 시리즈를 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거다. 케이트 블란쳇은 엘프 갈라드리엘을 연기했다. 케이트 블란쳇은 영화 속에서 사용된 뾰족귀 소품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5.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 영화에도 나왔다고? 사실이다. 에 케이트 블란쳇이 나온다. 소련군 대령 이리나 스팔코 역이다. 흑발로 염색해서 전혀 알아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다시 한번 보시라. 러시아식 억양도 완벽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