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대학 학과가 변화하는 모습은 비단 교육의 차원을 넘어 그 나라 대중의 관심과 기호를 정확히 관통한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라온다는 대명제는 대학교육에서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부상하는 분야가 있다면 머잖아 그것의 이모저모를 탐구하는 학과가 신설되기 마련이다.
영상문화학과, 사진영상학과, 예술문화영상학과, 공연영상학과, 영상디자인학과 등 영상이라는 낱말이 학과명에서 세를 넓히게 된 것은 과거 비디오로 뭉뚱그려 부르던 것들을 이제 영화의 틀로만 설명하기 까다로워진 현재를 환기한다. 이 전공들은, 영상을 수식하는 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다양한 매체의 존재를 근거 삼아 학과 본연의 방향을 마련한다. 대구예술대학교 사진영상전공은 “21세기 첨단영상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창의적 사고의 전문인재 양성”을 목표로 삼는다. ‘영상 기획자’를 키우는 데 목적을 둔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는 “기술을 좇는 데 급급한 리더가 아닌 폭넓은 인문학적 기반을 가진 선도적인 리더를 양성”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커리큘럼은 기존의 영화전공 수업에 더해 미디어로 통칭할 수 있는 기술을 함께 배우는 방식이 많다.
애니메이션과 역시 새로운 영상언어의 가치를 존중하는 또 다른 학과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미지의 형태와 퀄리티가 크게 좌우되는 분야인 만큼 최신 기술과의 협력 관계가 가장 밀접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웹툰 작가들의 저력과 수입 규모가 세간에 더 많이 소개되면서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들에 붙은 수식인 ‘만화’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미국, 일본 등 애니메이션 강국의 뛰어난 하청업체로만 인정받던 시절부터 강조됐던 기술적인 측면에 더해, 요즘 다시금 스토리텔링의 가치가 대두되는 과정은, 전적으로 웹툰 작가들이 제 가능성을 팽창해 대안적 스토리텔러로 추앙받는 추세와 닿아 있다.
한국 공연예술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뮤지컬의 역사는 그 영향력에 비한다면 상당히 짧다. 2004년 배우 조승우가 열연한 <지킬 앤 하이드>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뮤지컬계도 중흥기를 맞게 된 사실을 떠올려보면 놀랄 만한 성장세다. 대학 교육계에 뮤지컬과의 수는 한국에서 뮤지컬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며 인기를 더한 것을 방증하듯 대폭 늘었다. 뮤지컬과가 한국 대학교육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뮤지컬이 종합예술을 표방한다는 점 또한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연기, 노래, 춤, 무대연출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은 팔방미인을 꿈꾸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과를 운영하는 주체에게도 요즘 학계 트렌드인 ‘르네상스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바깥으로 보이는 구실을 제공했다. 대경대학교와 동서대학교는 최초라는 위상을 훌륭한 인력들을 배출하고 여러 자리에서 주요한 상을 수상하는 등 굳건한 내실을 통해 드높이고 있다. 단국대학교 연극영화학부는 죽전 캠퍼스와 함께 2007년 새로운 영년을 시작하며 뮤지컬을 엄연한 전공으로 독립시켜 공연영화학부로 거듭났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전공은 문화예술경영학과다. 문화예술경영학과는 문화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경영 및 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개설됐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보편적인 취향으로 공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인기가 대단하다. 경희사이버대학교와 서울사이버대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이 전공은 연구와 강의가 이루어지는 장소와 시간에 제약이 없는 사이버대학의 특성에서 빛을 발한다.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심보선 교수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예술의 생산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학생, 그리고 그 의지에 버금가는 고민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막 예술에 입문한 학생도 충분히 커리큘럼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