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가렐과 루이 가렐은 지금의 프랑스 영화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예술적 콤비다. 아버지 필립 가렐이 사랑이라는 테마를 탐구하며 영화의 다양한 질료를 사려깊게 직조하는 설계자라면, 아들 루이 가렐은 아버지가 설계한 영화적 시공간 속을 거닐며 필립 가렐 영화의 무드를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필립 가렐의 신작 <질투>는 이들의 다섯 번째 협업이자, 이들의 사적인 역사가 영화의 중요한 자양분이 된 작품이다(필립 가렐의 아버지 모리스 가렐은 20살 무렵 자살을 시도했고, 이 에피소드는 <질투>의 주인공 루이(루이 가렐)의 에피소드에 반영됐다). 가난한 연극배우인 루이와 여배우 클로디아(안나 무글라리스)가 사랑에 빠진다. 클로디아는 재기하기가 쉽지 않고 긴 공백기에서 비롯된 두려움과 공허함에 대해 루이에게 위로받길 원하지만, 남자에게 연인보다 더 중요한 건 연극이다.
땅콩은 까기 어렵지만 그래도 맛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먹게 된다고 <질투>의 등장인물들은 말한다. 자신의 핏줄보다 연극이 우선이었기에 이별을 경험한 루이는 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또다시 같은 이유로 사랑의 위기를 겪는다. “질투라는 감정은 모든 사람이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수수께끼 같은 것”이라고 필립 가렐은 말한 바 있다. <질투>의 인물들에게 있어 사랑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로 인한 불안과 상실, 고통의 감정들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감정들을 아름답고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필립 가렐의 연출은 그의 사랑영화를 늘 기다리게 되는 이유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