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회사의 잘나가는 마케터 보희(조여정)는 워크홀릭이다. 하루 종일 일에 매달리다보니 남편(김태우)과의 잠자리도 피곤하다. 그런 보희가 남자깨나 ‘밝히는’ 여자로 보이는 이웃집 여자 난희(클라라)의 택배를 잘못 수령해 해고까지 당한다. 화가 난 보희는 난희와 한바탕 싸움을 벌이다 되레 언니 동생하는 사이가 된다. 알고보니 난희는 성인용품숍의 CEO로서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으로 많은 여성들이 성적 쾌감을 발견하길 바라는 여성이다. 성적유희로 자아를 찾는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던 보희에게 솔직한 난희는 꽤 매력적이다. 보희는 경영난에 시달리는 난희에게 사업을 키워보자며 전기를 모색한다.
보희가 말하듯, 성인용품을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이라는 컨셉으로 푼 건 귀여운 시도다. 보희와 난희가 어두침침한 성인용품숍의 벽지 대신 알록달록한 성인용품들로 인테리어를 해가며 분위기 쇄신을 꾀하거나 적극적으로 영업 전선에 뛰어들 땐, 당찬 여성 캐릭터들을 기대해보게 한다. 하지만 자아 찾기라는 그럴듯한 간판만 내걸고 여성에 대한 고정된 성역할만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맥없이 영화는 끝나버린다. 보희는 성인용품숍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숨기려다 가족과 불화하고 결국 울면서 ‘정상’ 가족으로 돌아가 자신이 잘하겠노라고 약속한다. 끝내 자신의 새로운 직장을 가족들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공개할 마음도 없어 보인다. 난희도 사랑 때문에 생긴 상처를 새로운 이성 애인을 통해 회복하며 ‘사랑만 있으면 (성인용품) 이런 건 필요 없지 않냐’는 당황스러운 결론에 이르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