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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다∼ 있쓰!
2002-03-07

위노나 라이더의 특이했던 성장기라든가 줄리아 로버츠가 맨발로 돌아다니길 좋아한다는 등의 사실을 알게 된 건 모두 중3 때부터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비디오 책자에서다. 월초면 항상 비디오숍 계산대 위에 놓여져 있는 이 책자는 가게마다 표지와 내용과 구성이 약간씩 다르지만 어쨌거나 독특한 매력이 있다. 한마디로 이 책자에는 비디오 관객이 보고 싶고 알고 싶은 영화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최대한의 간결함과 경제성으로 요약되어 있다.

새로 나온 비디오의 목록과 출시일자, 장르분류, 주연과 감독의 이름(과 그들의 주요 필모그래피), 짧은 영화카피와 간략한 줄거리, 유사 장르 영화 비교, 주목받는 배우에 대한 심층소개, 특정 상황에 볼 만한 비디오 목록별 분류, 게다가 퀴즈로 얻는 경품까지!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그리고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소극적인 정보만을 얻고 싶은- 영화들에 대한 요약인지 평가인지 모를 길고 긴 글들을 읽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유용하다(물론 직접 해봐서 알지만 그런 글들을 쓰는 것도 결코 즐겁거나 만만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책자에서 모든 영화는 평등하다. 지루한 예술영화건, 황당한 B급영화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건, 기발한 제목의 에로영화건, 모두 동등하게 ‘비디오’로서 소개된다. 나름의 생리에서 파생된 편집방식일 테지만, 수많은 생각과 이해하기 껄끄러운 의견들과 왠지 가식처럼 보이는 스타들의 인터뷰를 읽기가 지겨워졌을 때, 잡지취급도 못 받은 채 공짜로 돌아다니는 이 얄팍한 책자는 잊지 않고 매달 매우 고맙고 반갑고 재미난 소식들을 전해준다. 손원평/ 자유기고가 [email protected]